의정 강대강 대치에 ‘공공의료’ 개혁 실종
전문가들 “정부 의료개혁, 의료 시장성 강화” 지적도
입력 : 2024-06-20 16:15:45 수정 : 2024-06-20 16:15:45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공공의료 강화 논의가 실종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넉달째 이어지면서 당면한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해소할 논의들이 외면받고 있다는 겁니다. 정부 정책이 보건의료 분야의 시장성을 강조하면서 의료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정백근 경상국립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대란으로 드러난 한국 의료공급체계의 문제점과 공공의료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의 기본입장은 의사 인력을 증가시키고 의료 공급량을 늘린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지역·필수의료를 개선한다는 건 정부의 환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대란으로 드러난 한국 의료공급체계의 문제점과 공공의료 강화 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뉴스토마토)
 
정 교수는 지역·필수의료 위기의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비수도권 의료취약 지역의 증가 △이윤 추구가 목적인 민간 주도 보건의료체계 구축 △국가와 경제권력, 전문가집단의 담합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의료개혁을 추진하면서 보건의료 시장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그는 “정부는 신성장 분야로 보건의료를 규정하고 혁신형 신의료기술의 조기시장 진입을 허용하려 한다”며 “여기에 비의료건강관리 서비스 활성화, 국립대병원 규제 완화와 위탁운영, 건강보험 보장성 약화 등 의료 공공성을 약화하는 정책들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도 “코로나19 당시 큰 역할을 해준 공공병원이 의료대란의 파장을 저지해 줄 방어선이지만, 그 수가 전체 의료기관의 5.5%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의료개혁이 의사 증원에 그치는 일이 아니다. 윤석열정부의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공공성을 퇴보시키고 민간의료 중심으로 짜여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방의료원들은 적자경영 위기
 
전문가들은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선 의료분야 공공성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나백주 을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역 의료인력의 불균형이 지역 간 건강 격차를 심화하면서 지역의료 붕괴의 악순환이 되고 있다”며 “지역 인구가 감소하고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지방소멸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일이 단순히 인력을 확충하고 병원을 설립하는 문제가 아니라 공적 운영을 통해 실질적인 공공병원 기능을 해서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공공의료 지방분권을 위해 매년 1조원 수준의 지역 필수의료 기금을 조성하고, 국가공공의료위원회를 설치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현재 공공병원과 지방의료원의 경영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35개 지방의료원의 적자 규모는 3156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당기순이익 293억원에 비해 3449억원 손실이 났습니다.
 
김민재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공공병원 기능 회복과 역량 강화를 위해 의사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인건비 부담은 공공병원 자금난을 더 심화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공공병원의 기능 회복이 가능하도록 필요한 예산을 투입하고, 공공의료기금 설치 등 공공병원 육성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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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창현

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