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사 PF위기에 '휘청'…수주도 최저
줄줄이 1분기 적자…책준 부실 악영향
입력 : 2024-05-23 16:19:00 수정 : 2024-05-23 18:55:45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침체로 일부 부동산 신탁사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책임준공기한을 넘긴 신탁사 사업장에서 대주단과의 소송 역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부동산 신탁사 14곳의 당기순손실 총합은 14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KB부동신탁이 총 571억원의 적자를 내 영업손실 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이어 교보자산신탁 342억원, 신한자산신탁은 29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흑자를 낸 11곳의 신탁사들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습니다. 코리아신탁의 영업이익 감소율이 79%로 가장 컸고, 이어 무궁화신탁(-63%) 대신자산신탁(-62%) 우리자산신탁(-55%) 신영부동산신탁(-32%) 코람코자산신탁(-44%) 하나자산신탁(-11%) 등은 영업이익이 발생했지만 일 년 전과 비교해 규모는 줄었습니다.
 
금융계열 신탁사는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상품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어 우발채무 발생 위험 등 리스크가 더 높습니다. 신탁사의 책임준공형 신탁 PF 잔액은 19조9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데요. 이는 자기자본 대비 8배가 넘습니다. 
 
부동산 신탁은 크게 신탁사가 사업비를 직접 조달하는 '차입형 토지신탁'과 공사비 부족이나 시공사 부도로 공사 진행이 어려워지면 신탁사가 자체자금을 투입해 준공해야 하는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으로 나뉩니다. 책준형 신탁은 규모가 작고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 시공사를 대상으로 신탁사가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사업비는 시행사가 조달하지만 시행사나 시공사가 공사를 끝마치지 못할 경우 신탁사가 책임을 지고 준공하거나 PF 대주단에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책준형 신탁은 대개 신용등급이 낮아 개별 시공사 신용만으로는 대주단으로부터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 건설사들이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 정부의 PF 연착륙 방안 발표를 계기로 업계 구조조정이 빨라지고 하위 시공사의 이벤트 리스크도 나타날 수 있는 시점"이라면서 "PF 시장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시공사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회복 시점은 2026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신탁사 대상 소송 증가 전망
 
책임준공 기한을 맞추지 못한 건설사가 증가하면서 이를 대신해 책임준공 의무를 떠안은 부동산 신탁사들이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했는데요. 신한자산신탁은 책임준공 의무를 어겼다며 경기도 안성시 물류센터, 평택시 물류센터 건설공사 PF 대주단으로부터 수백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 받았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14개 신탁사 기준 책임준공 기한을 넘겨 소송에 직면한 사업장 관련 PF는 1조900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이를 포함해 시공사 책임준공 기한을 경과한 사업장 관련 PF 규모는 5조7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104%에 이릅니다. 
 
실제로 손해배상액을 부담하게 될 경우 상당수의 신탁사의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습니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신탁사 14곳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로 가장 높습니다.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눠 자본적정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NCR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 당국의 개선 지도를 받습니다. 
 
권신애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사업장 시공사가 대부분 재무건전성이 열위한 중소 건설사로 구성돼 있으며, 공사비 증가 및 시공사 부도 등으로 공사 중인 사업장의 공정률 지연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추가 사업비에 대한 고유계정 투입 관련 부담이 향후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습니다.
 
신탁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올해 신규 수주를 줄이며 보수적인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자산신탁은 올해 1분기 역대 최저 수준인 4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5분의 1 수준입니다. 
 
한 신탁업계 관계자는 "특히 금융계열 신탁사들은 책준 신탁이 메인이었는데 수주를 안 하다 보니까 수익이 많이 떨어져 실적이 빠지고 있다"면서 "일부 신탁사는 자유도가 더 높은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다시 사업을 늘리고 있는 상황도 감지된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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