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제4 경제블록, 한일 경제협력 중심으로"
일본 닛케이 포럼 연사로 참석…한일경제협력체 통한 '룰 세터' 전환 촉구
입력 : 2024-05-23 17:27:35 수정 : 2024-05-23 19:50:11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3일 "경쟁이 아닌 협력의 대상으로 두 나라의 관계를 인식해야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의 '제4 경제블록'의 필요성을 제시했습니다. 미·중·유럽연합(EU)에 이은 '제4 경제블록'은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단일 시장 형태의 경제 협력체를 의미합니다. 그러면서 한일경제협력체를 통해 글로벌시장에서 룰 테이커(rule taker)에서 룰 세터(rule setter)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최 회장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닛케이 포럼에 연사로 참석해 "한일 협력은 아시아의 전체 번영과도 연관된다. 자칫하면 (한일 관계가)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도 있다"면서 "(양국의)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이같이 언급했습니다. 닛케이 포럼은 글로벌 기업 리더들이 모여 기업전략과 경영 최신동향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로, 최 회장의 포럼 참석은 2018년 이후 6년 만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 모두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있다는 점을 들어 협력의 절실함을 호소했습니다. 이어 "과거 양국의 경제 모델은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델이었으나, WTO(세계무역기구) 체제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고, 시장이 분절돼있어서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에너지와 환경 문제는 뗄 수 없게 됐다. 최근엔 AI(인공지능) 모멘템이 생기면서 에너지 문제가 더욱 대두됐다"면서 "저희의 장점인 수출은 약화되고, 에너지라는 단점이 더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양국이 독립적으로 여태까지 해왔던 경제 모델들이 미래에도 잘 작동될지 우려되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최 회장은 "기존의 룰이 통하지 않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했다. 대표적인 게 저출산 문제"라며 "이대로 가면 저희는 세계 무대에서 위상이 추락하고, 경제 생존 문제까지도 우려될 정도로 중요한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또 "과거에는 두 나라가 경쟁 관계였으나, 이제는 상호 보완적 관계로 변화됐다. 다만 이러한 관계만 갖고 있으면 안 되고, 뭔가 같이해야 시너지가 창출된다"면서 '경제 안보' 개념을 강조했습니다.
 
최 회장은 "그동안 두 나라는 룰을 만들어서 남한테 세팅하는 것보다, 남이 만들어준 룰을 테이커하는 역할을 했다. 더이상은 룰 테이커만 할 수 없다"며 "각자가 가진 시장 만으로는 경제권의 크기가 작다. 따라서 경제권을 크게 만들어야 저희가 룰을 남한테도 세팅할 수 있는 위치로 올라갈 수 있다"면서 재차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래 세대에도 희망을 줘야지 한일 관계 뿐 아니라 다른 시장도 포괄할 수 있는 포텐셜을 지니게 된다"고 했습니다. 최 회장은 "유럽은 EU 공동체를 만들기까기 수십년이 걸렸다. 28개의 나라가 하나의 시장을 통합해서 15조 달러 시장을 만들었다"면서 "한일이 협력하면 6조에서 7조원 사이즈를 만들 수 있고, 아시아 전체의 통합과 번영도 기대된다. 유럽보다는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앞서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이 저출산과 고령화 등 공통 문제에 직면한 만큼, 그 해결책으로 유럽연합같은 경제협력체를 만들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습니다. 특히 미중 갈등 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해법으로 한국과 일본의 경제블록 형성과 협력 확대 방안을 비중 있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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