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과 경제안보)①미중갈등에 대선까지…불확실성 커진 재계
반도체·전자부품·배터리 등 K-산업 불확실성 고조
대선 결과 따라 배터리·자동차 산업 타격 우려도
전문가들 "한국 기업들, 운용의 묘 중요해져…정부, 해외 리스크 관리 절실"
입력 : 2024-06-17 18:01:27 수정 : 2024-06-17 18:08:41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미중 갈등과 주요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 강화로 반도체와 전자계열 부품사, 배터리 업계 등 K-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중 패권의 승부처가 결국 첨단기술 경쟁에서의 우위 확보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특히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철강, 배터리, 반도체 핵심광물 등 품목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서 미중 갈등이 또한번 불거지는 모양새입니다. 구체적으로 △중국산 전기차 25%→100%(연내)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 7.5%→25%(연내) △리튬이온 비 전기차 배터리 7.5%→25%(2026년) △배터리 부품 7.5% → 25%(연내) 등 각각 관세를 올린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산업계로서는 불안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텍사스주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사진=연합뉴스)
 
업계 "미중 갈등 비화되면, 한국 기업 불확실성 고조"
 
17일 업계에 따르면 핵심 광물 가운데 천연 흑연과 영구 자석의 관세는 현재 0%에서 2026년에 25%로 올라갑니다. 이밖에 다른 핵심 광물은 올해 0%에서 25%로 크게 상향된 관세율이 적용됩니다
 
미국은 연내 특정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재 0∼7.5%에서 25%로 인상합니다. 태양 전지에 대한 관세는 태양 전지 모듈의 조립 여부와 무관하게 25%에서 50%로 올해 일괄적으로 올립니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대통령에게 미국의 무역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응해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와 전기차용 배터리,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하자, 중국은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취소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해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 도구화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제멋대로 고집하며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미중 갈등이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비화한다면 중국과 미국을 양대 시장으로 둔 한국 기업들은 또다시 큰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며 "미중 대립 심화는 한국의 구조적 불확실성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의 향방이 한국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산업계에선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한국의 7대 산업 중 배터리, 자동차 산업 등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누가 당선되든 간에 한국 기업은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와 대중 강경책 속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게 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선 미중 갈등 및 미 대선 등 글로벌 전환기를 맞아 한국이 새로운 통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규제를 더욱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은 이제 상수가 됐다. 글로벌 산업 현장에서 단편적으로 미국이냐, 중국이냐 한쪽만을 선택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며 "민관정이 협력해 운용의 묘를 기해야 할 전략적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반도체, 배터리 원료 등 특정 국가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며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의 주요 이해 관계자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한편, 최대 수요처이자 생산기지로 놓칠 수 없는 중국과의 협력도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미국 '중국 시장 떠나라'…중국 생산역량 키운 K-기업들 난감
 
또다른 충돌 지점은 반도체입니다. 이는 미국 산업이 우위를 점하고 있고, 이를 깨뜨리려는 중국의 계획이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산업 분야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직간접적으로 한국 기업들에게 '중국 시장을 떠나라'는 압박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이미 한국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 등을 이유로 중국에서 생산역량을 키우고 있는 중이어서 두 나라 중 어느 한쪽 편에 서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국 반도체 공장으로의 첨단 기술 반입을 제지하던 미국의 제재로 인해 한때 한국 기업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미중 갈등 속 우리 산업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구조가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은 전체 생산량의 40% 가량을 담당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의 중국 D램 웨이퍼 출하량은 49% 수준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만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제품의 주요 고객사는 미국 애플, 델, HP입니다. 즉, 중국에서 생산하고 미국에서 소비하는 중간 역할을 한국 기업이 하는 구조입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 정부의 지원 하에 미국에서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로 인정받아 중국 현지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반입하면서 한숨을 돌려야 했습니다. 다만 향후 미중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중국 공장에 대한 수출 통제로까지 이어진다면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반도체 품귀 현상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의 가격 인상 등 연쇄 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미국 상무부가 자국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그 대가로 기업 초과이익 환수, 기밀 정보 제출 등을 요구하는 점도 향후 한국 기업의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미 반도체법은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대해서는 중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장하는 데 제한을 요구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양쪽 눈치보기를 해온 국내 반도체 업체로서는 미국 측 지원금이 한푼이 아쉬운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기술 노출 가능성과 정보 공개 위험 등을 안고 사업을 확장하기에도 부담이 되는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은 한층 격화된 미중 갈등이 기업들에게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 되는 만큼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업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정부와의 공조 역시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미중 갈등에 의해서 우리 기업들이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지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미국이 대중국 압박을 강화할 경우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큰 타격을 입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부와 기업이 미국이나 중국 등 이해관계자와 긴밀하게 소통해 우리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1차적으로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선 미중 갈등 등 여러가지 변수에 걸맞은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정부는 정책적 노선을 다잡고, 기업들이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역량을 총동원하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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