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무한토론 돌입…난제 '첩첩산중'
28~29일 경영전략회의 1박2일 일정…CEO 토론 위주
끝장토론 통해 '리밸런싱' 구체화 방점
최태원·최재원·최창원, 오너가 전면 등장…내부 기강 다잡기
입력 : 2024-06-26 14:26:05 수정 : 2024-06-26 15:12:11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서든 데스'(돌연사) 경고등이 켜진 SK그룹이 오는 28~29일 경영전략회의에서 무한토론에 돌입하며 난제를 풀어나갈 전망입니다. 그룹 내 방만한 투자에 따른 중복 사업 정리를 비롯하고,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한 리밸런싱(구조조정)을 구체화하기 위한 자리가 될 전망입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예년과 다른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무엇보다 그룹 내 위기감을 반영한 조치라는 해석이 달립니다. 연례 주요 회의 중 하나인 경영전략회의는 과거 하루 동안 개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1박2일 일정으로 기간을 늘리고 오전부터 오후까지 회의를 실시합니다. 특히 이번엔 최고경영자(CEO) 간 토론이 주를 이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 종로구 SK본사 주변 모습.(사진=연합뉴스)
 
유의미한 방안이 나올 때까지 토론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겁니다. 끝나는 시간도 정해놓지 않고 끝장토론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우선 회의에서는 그룹 리밸런싱 방향을 정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할 전망입니다. 앞서 사업 재편이라는 특명을 부여받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그룹의 방만한 투자, 사업 비효율, 내부 기강 해이 등을 들여다보며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해왔습니다. 
 
리밸런싱 방향성을 분명하게 하는 자리이기에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SK온과 SK엔무브 합병, SKIET 지분 일부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결과물은 당장 도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최태원 회장이 반도체와 AI에 주력하고,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내실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와 관련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만 투자 따른 중복 사업 정리가 시급
 
SK그룹이 해결할 과제는 수두룩합니다. 방만한 투자에 따른 중복 사업을 정리하는 게 시급한 일로 꼽힙니다. SK그룹의 계열사는 219개로 집계됩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투자를 통해 재계 2위에 올라서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었으나, 동시에 유동성 부족이라는 위기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최창원 의장도 이와 관련해 "이름도 다 알지 못하고, 관리도 안되는 회사가 이렇게 많은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계열사를 통제 가능한 범위로 대폭 줄여야 한다"는 원칙을 전달했습니다.
 
반도체와 AI 등 주력 사업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것은 그룹의 명운이 걸린 과제입니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SK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오너가 내부 기강 다잡기…"내실있는 성장 필요 시점"
 
오너가의 내부 기강 다잡기도 과제 중 하나입니다. SK는 최 회장을 필두로 친동생인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사촌동생인 최창원 의장을 삼각편대 삼아 그룹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룹 2인자'로 불리는 최창원 의장이 수펙스 의장으로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는 정유와 배터리 동반 부진으로 사업구조 재편이 시급한 SK이노베이션을 맡겨 그린·에너지 사업을 총괄하게 했습니다. 
 
SK그룹의 위기감은 그간 꾸준히 언급됐습니다. 최 회장은 '서든 데스'라는 단어를 지난해 말 재차 꺼내들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이혼 항소심 판결 직후 재산 분할 재원 마련 탓에 SK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룹 내 팽배해진 상황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말 SK그룹을 십여년간 이끌어온 부회장 4인방이 2선으로 물러나면서 오너 일가가 전면에 등장해 SK스타일을 재정립하고 있다"며 "사업 재편이나 구조 조정의 경우 악역이 필요한데, 전문 경영인보다는 오너가가 그 의도를 더 신속하게 파악하려는 특징이 있다"고 했습니다. 또 "그간 전문 경영인들의 역할이 컸다면, 항소심 판결 등 경영권 약화가 불거진 상황에서 우군인 오너가를 중심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행보"라고 풀이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은 지난 22일 미국 출장길에 올라 7월 초까지 반도체와 AI 관련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방미 중인 최 회장은 경영전략회의가 열리는 1박2일 간 화상으로 참석할 예정입니다. 또 회의 마지막에 1∼2시간가량 마무리 발언을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계열사를 줄여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룹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내실있는 성장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반도체·배터리 등 장기적으로 투자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효율적인 자금 조달 방안 해법을 마련해 미래성장 동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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