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세수 '근거 없는 낙관론'…무너지는 민생
물가 불안·세수 펑크 우려에도 정부 '장밋빛' 전망
경기지표·체감경기 간 괴리 확대에 '오판' 우려↑
입력 : 2024-05-29 16:40:22 수정 : 2024-05-29 19:02:13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한 정부의 장밋빛 전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수출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소비 흐름도 당초 예상보다 개선됐다는 판단에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올려 잡았습니다. 또 곳곳에서 물가 불안이 여전한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뿐만 아니라 법인세 감소에 세수 펑크 경고음이 커지는데도 올해 대규모 세수 결손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다릅니다. 고물가에 국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고 경기 개선세를 피부로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실물 경기지표와 체감경기 간 괴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경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장밋빛 낙관론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물가 불안 여전한데…정부 "하반기 하향 안정화"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상승했습니다. 올해 1월 2.8%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과 3월 두 달 연속 3%대를 이어가다가 소폭 하락하며 2%대로 내려왔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0%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보다 0.1%포인트 높았다는 것입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을 웃도는 현상은 2021년 6월 이후 35개월째 지속되고 있는데요. 특히 1분기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가처분소득(세금이나 이자, 연금, 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소비 ·저축에 쓸 수 있는 소득) 증가율을 웃돌면서 국민들의 먹거리 비용 부담은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문제는 강달러·고유가 여파로 외식과 가공식품 등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물가 불안이 여전하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하반기 소비자물가가 하향 안정화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를 보면 다행스럽게도 공급 측 요인들이 조금씩 완화돼서 지난달 물가 상승률인 3.1%가 정점"이라며 "4·5월 정점에서 더디지만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별히 추가 충격이 없으면 전망대로 하반기 2% 초중반으로 하향 안정화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장률·세수 역시 '장밋빛'…"실물·지표 간 괴리 고민해야"
 
국내 경제성장률을 바라보는 정부 시선 역시 '장밋빛'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대폭 상향 조정했습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3% 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2.5%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게 한은 설명입니다. 즉 1분기 우리 경제가 '깜짝 성장'한 것을 바탕으로, 반도체 업황과 수출이 살아나고 있는 판단 아래 성장률 역시 올려 잡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수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펑크' 재현 우려가 커지는데도 나라곳간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습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국세수입은 84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2000억원 덜 걷혔습니다. 지난해 법인의 사업 실적 저조로 납부세액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것이 원인입니다. 
 
문제는 4월에도 법인세 수입을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기업들은 법인세를 3~4월에 나눠 내는데, 지난해 기업 실적이 저조했던 만큼 4월 법인 세수 현황도 기대치를 밑돌 수 있다는 예상이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정부의 판단은 현실과 다릅니다. 최상목 부총리는 "작년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보다 나쁘게 나오다 보니 올해 법인세가 생각보다 덜 걷힌다"면서도 "작년 같은 대규모 세수 결손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낙관적 전망에 비판의 목소리를 냅니다. 특히 실물 경기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가 커지면서 정책 당국의 현 경제상황 '오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성장률 등 수치만 놓고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말하고 있지만,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이 성장률을 주도하고 있어 실제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물경제의 괴리 확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높으면서 소비자 부담이 큰 가운데, 사진은 서울 시내 음식거리.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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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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