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검찰개혁…관건은 '수사권·기소권 분리'
1954년 이후 70년 가까이 유지된 검찰 수사권·기소권 독점
확대된 경찰 수사역량, 늘어난 법조인력…'검찰 독점' 깨야
입력 : 2024-06-04 13:19:38 수정 : 2024-06-05 01:39:56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검찰개혁'. 정말 식상해진 단어입니다. 1992년 문민정부 출범 이래 검찰개혁을 외치지 않은 정권이 없을 정도로 검찰개혁은 오래된 의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수·진보정권 가릴 것 없이 30년 넘게 검찰개혁을 외쳤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5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제22대 국회 검찰개혁 입법전략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지난 5월30일 제22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또다시 검찰개혁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은 이른바 '검수완박'보다 더 높은 강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골자로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고 빠르게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
 
1954년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이 제정될 당시엔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게 사실입니다. 경찰은 일제강점기 때 '순사'에서부터 이어진 부정적 이미지가 컸고, 검찰이 경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형사소송법 제정 과정에서 제기된 겁니다. 이때부터 이례적으로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주게 된 겁니다. 그런데 권위주의 정권이 권력을 공고히 하고자 검찰을 이용하게 되면서 검찰은 더 큰 권력을 갖게 됐습니다.
 
검찰은 정권의 표적이 된 피의자에게는 버티기 힘든 고강도의 강제수사를 진행했습니다. 반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선 수사에 착수조차 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검찰이 제 입맛에 따라 수사를 선택적으로 하는, 불공정의 끝을 보여준 겁니다. 검찰의 입맛에 따라 수사 진행 여부를 결정하고, 보복으로 의심되는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대통령조차 검찰개혁에 성공한 적이 없다는 것은 검찰개혁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걸 방증합니다. 
 
지금의 검찰은 △수사권 △영장 청구권 △기소권 △형 집행권을 갖고 있는데요.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곧 기소라는 공식이 성립하기도 합니다. 수사 대상을 정하고, 수사 개시를 결정하고 강제수사를 한 후 재판에 넘기기까지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검찰이 독점한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나누고 통제해 부패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서 시작하는데요. 검찰개혁을 통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을 통제하는 수단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2021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의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시행됐습니다. △검찰과 경찰을 상호협력관계로 규정하고,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를 원칙적 폐지 △경찰에 1차적으로 수사종결권 부여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로 제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같은 시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출범했습니다. 공수처법 제3조에 따르면 공수처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고위 공직자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와 공소제기(기소)를 모두 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 검사나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봐주기'를 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걸 방지하고자 별도의 수사기관을 만든 겁니다. 공수처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것이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쥔 또 하나의 검찰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립은 1954년 이후 67년 만에 수사체계가 바뀐 엄청난 변화였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형사소송법 하위 법령인 시행령(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검수원복'을 하면서 검찰 수사권의 범위를 오히려 확대해 버렸습니다. 
 
3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울시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며 민주당 발의 '대북송금 검찰조작 특검법' 관련 입장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궁극적 해결책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22대 국회 개원 즈음 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용민 의원은 검찰개혁 입법에 관해 △검찰청 폐지 후 공소청 신설 △검찰 존치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등의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공소청을 신설하든 중수청을 만들든 핵심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하고, 검찰의 수사권을 다른 기관에 이전하는 겁니다.
 
수사기관과 공소기관을 분리해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두 기관이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면 수사기관의 권력도 적정한 선에서 통제가 될 수 있습니다. 검찰이 기소만 담당한다면 기소와 공소 유지를 위해 수사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될 텐데요. 수사는 경찰의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공수처, 중수청 등이 담당하면 자연스럽게 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이 맞춰질 수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경찰의 수사역량이 확대됐고 변호사 등 법조인의 수가 급증한 만큼 양질의 수사가 가능한 인적자원은 풍부한 상황입니다. 환경적 요인의 변화를 고려할 때 소수의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독점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독점은 법조 인적자원 측면에서도 전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비정상적인 검찰의 권력을 분산하고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 제도의 설계를 통해 공정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질 수 있는 검찰개혁이 절실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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