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특혜 끝판왕 '삼성생명법'…경제민주화 '첫발'
19·20·21대 국회서 자동 폐기…실질적 논의 없어
현행 '3% 룰' 변경 핵심…취득원가 아닌 시가로
입력 : 2024-06-13 17:42:43 수정 : 2024-06-13 19:46:38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일명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22대 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핵심은 보험회사의 자산 재무제표상 가액에서 채권·주식의 소유금액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보험업법 제106조' 개정인데요. 동법은 지난 2014년 첫 발의 이후 10년이 됐지만, 세 번의 국회 회기 동안 제대로 된 결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법안 통과 시 삼성생명(29조원)·화재(4조원)는 약 33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만큼, 개정안 발의 때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둘러싼 논쟁이 거셌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삼성 저격수'로 불린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 등이 국회 재입성에 실패하면서 이번에도 용두사미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초반부터 170석을 앞세워 입법 독주에 나섰지만, 삼성생명법에 대해선 여전히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13일 확인됐습니다.
 
삼성 지배구조 겨눈 '삼성생명법'
 
삼성생명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 가치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 가격, 즉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보험사의 자산운용을 규제한 보험업법 취지를 지키기 위함입니다. 현행 보험업법 제106조 제1항에 따르면 보험사는 자사의 대주주나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로만 소유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현행법 테두리에서 삼성생명은 '예외'라는 점입니다. 보험업감독규정상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금융업계에서 취득원가로 평가받는 건 보험업뿐입니다. 삼성생명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이 같은 배경에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8.51%(지난해 말 기준)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입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매입한 지난 1980년대의 취득 가격을 고려하면, 그간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 가치는 자산의 3%를 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현 시가로 따지면 약 38조원에 달합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자산 규모가 약 315조원에 달하는 삼성생명은 3% 초과분인 약 29조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강제로 매각해야 합니다. 삼성전자 지분 1.49%를 보유한 삼성화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화재는 법안 통과 시 약 4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합니다.
 
여기서 또 다른 핵심은 삼성생명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총수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 고리라는 점입니다. 사실상 이 회장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지배력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해당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삼성생명법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한 축을 허물 수도 있기 때문에 상징적인 재벌개혁 법안으로 여겨졌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생명법, 이론 여지없는 특혜법"
 
이 같은 이유로 삼성생명법은 지난 10년간 늘 세간의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논의 조차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삼성생명법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이 2014년 4월 처음으로 대표 발의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오랜 기간 삼성이 누리던 특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결국 폐기됐습니다. 이후 20대 국회에서 이종걸·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이 또다시 재발의했으나, 역시나 별다른 논의 없이 폐기됐습니다. 21대 국회에서도 박용진·이용우 전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결실 없이 폐기 수순을 밟았습니다. 
 
현재 22대 국회에서는 정준호 민주당 의원이 일찌감치 삼성생명법 발의를 예고했습니다. 이종걸·박용진·이용우 의원실에서 삼성생명법을 만들었던 김성영 보좌관이 합류하면서 힘을 보탰는데요. 다만 정 의원이 정무위원회가 아닌 국토교통위원회에 배정되면서 삼성생명법 발의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본지 취재 결과, 현재 정무위 소속 야당 위원 16명 중 삼성생명법 발의를 준비 중인 의원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특혜는 특혜다"며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생명이 그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주가가 많이 올라 혜택을 본 부분도 있지만, 동시에 한 종목에, 한 회사에 많은 삼성생명의 자산을 투자함으로써 포트폴리오 위험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며 "그게 바로 현행 보험업법이 3% 이하로 소유토록 제한하는 취지다. 그 취지에 맞게 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2년 11월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700만 삼성 주주 지킴이법!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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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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