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과 경제안보)②중에 밀린 K-배터리…미 관세율 인상 영향은 '글쎄'
조 바이든 "중 전기차·배터리 관세율 올리겠다" 선언
K-배터리, 중 전기차에 배터리 공급하지 않아 영향 적어
전문가 "GM 등 북미 완성차 관세 장벽 이용 못해"
입력 : 2024-06-17 18:01:19 수정 : 2024-06-17 18:15:50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중국에 밀린 국내 배터리 업계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 관세 인상 발표에 자존심을 회복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해 관세율을 25%로 올려도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지 않고 있는 만큼 영향이 미미하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직접적인 수혜는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미중 무역 전쟁 핵심 제품군 '배터리'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지적하며 대중 관세 인상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관세 인상 대상은 전기차와 배터리, 배터리 부품, 배터리 광물·반도체 등 중국산 첨단·핵심 제품군인데요. 
 
배터리가 전기차 부품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배터리가 미중 무역 전쟁의 핵심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은 올해 현재의 7.5%에서 25%로 인상키로 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관세가 부과되지 않던 배터리 관련 주요 광물은 현재 0%에서 올해 25%로 상향되고, 천연 흑연과 영구 자석도 2026년부터 25% 관세가 붙을 예정입니다. 
 
중국 정부도 맞보복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단호히 반대하며 엄정한 교섭을 제기한다"며 "미국은 즉각 잘못을 시정하고 중국에 부과한 추가 관세를 취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워싱턴 힐튼에서 열린 총기 규제 옹호 시민단체 '에브리타운 포 건 세이프티'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저렴한 중국에 밀린 K-배터리
 
미국이 관세를 높인 이유는 중국 배터리 공습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총 705.5GWh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중국의 CATL이 사용량 기준 점유율 1위를 유지했습니다. CATL의 배터리 사용량은 약 260GWh이며 점유율은 36.8%다. 전년 대비 사용량 증가율은 41%에 달했습니다.
 
2위도 중국 업체입니다. 지난해 2위이던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BYD가 2위에 올라섰습니다. BYD는 전년 대비 58%의 성장률을 보이며 점유율 16%를 기록했습니다. 성장의 일등공신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입니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와 성능은 다소 떨어지나 가격이 30%가량 저렴합니다.
 
지난 2020년만해도 중국 전기차의 LFP 배터리 탑재량(24.4GWh)은 NCM 배터리(38.9GWh)에 못 미쳤는데요. 지난해에는 LFP 배터리가 점유율 67.3%를 차지할 정도로 대세가 됐습니다. 실제 중국 2위 배터리업체 BYD는 100% LFP 배터리만 생산해서 자사가 만든 전기차에 탑재합니다.
 
정부 '반사이득' 기대…전문가들은 '난망'
 
우리 정부는 미중 무역 전쟁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반사이득을 얻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당장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부과하는 관세가 오르면 한국산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다소 유리해 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미국 정부의 조치를 호재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현대차그룹과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에 판매하는 배터리 물량이 거의 없습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해 관세율을 25%로 올려도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죠.
 
오히려 이번 관세 인상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중저가 배터리 시장에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가 주력인 국내 배터리사는 일러야 내년 말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관세 인상 조치가 국내 업체들의 배터리 양산 시점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얻는 이득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북미에서 생산되는 GM, 포드 등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낮추고 있어서 인데요. 이에 GM과 포드 등에 배터리를 납부하는 K배터리 업계도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GM은 올해 전기차를 최대 25만대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연간 전기차 생산량 전망을 낮췄습니다. 이는 애초 계획했던 연간 생산량 최대 30만 대보다 5만 대가량 줄어든 수치입니다. 포드 또한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가격이 급락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자 배터리 협력업체에 주문량을 줄이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관세 장벽을 쌓아서 사업하기에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GM 등 북미 완차 업체들은 관세 장벽을 딱히 활용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철저하게 완성차 제조업체들의 실적에 따라 배터리 업계의 실적도 따라온다"라며 "관세 장벽 정책과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은 성립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제너럴 모터스 제로(ZERO) 전기차 조립공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더 나은 재건'을 위한 인프라법 홍보 차 이 공장을 방문했다.(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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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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