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민주당 감세 딜레마…종부세 찬성 땐 '자기 부정'
'종부세 완화' 불붙인 민주…용산에 빌미
경실련 "상위 분위가 종부세 81% 납부"
입력 : 2024-06-18 18:01:36 수정 : 2024-06-18 18:01:36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참여정부의 상징인 '종합부동산세'를 두고 민주당 속내가 복잡합니다. 정부여당에서 아예 '종부세 폐지론'을 꺼내 들며 맞대응하자 태세 전환에 나선 건데요. 공식적으로는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향후 논의 가능성 역시 열어둔 상태입니다. 민주당은 '부동산 민심'과 '당 정체성' 사이에서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전면 반대' 대신 "세수 대책 먼저"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 상태로도 세수 결손이 심각하고 재정 상태가 엉망인데, 정부가 또 감세를 꺼내 들고 있다"면서도 "(종부세에 대해선) 정부가 7월에 세법 개정안을 내놓으면 당의 입장을 정돈해서 대응하겠다. 방향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지만, 종부세 폐지(완화)로 노선을 선회할 수 있다고 해석되는 발언인데요. 박찬대 원내대표가 '실거주용 1주택 종부세 폐지론'을, 고민정 최고위원이 '종부세 폐지'를 주장해 거센 후폭풍에 시달렸던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2005년 시작된 종합부동산세는 참여정부의 '상징'이자 '상처'입니다. 노무현정부를 가장 괴롭혔던 건 '부동산'이었습니다. 크고 작은 대책을 17차례나 냈지만, 재임 5년간 전국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이 23.9%(연 4.4%)에 달했고, 강남 지역 아파트는 64.2% 올랐는데요. 
 
참여정부가 꺼내든 '종부세'는 부동산 정책 가운데 가장 큰 논란을 빚었습니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이 법은 도입 직후부터 '세금폭탄'이라는 부정 여론에 직면했습니다.
 
아주 큰 부자는 아니지만 보유세를 낼 만한 집을 가진 중산층의 세율도 올려야 하다 보니, 고가주택 소유자뿐 아니라 중산층 반발도 심했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고 여당은 연이어 선거에 패배했습니다. 종부세 법안은 어렵사리 국회 통과했지만, 결국 집값을 잡지는 못했습니다. 
 
참여정부가 '부동산'과 '금융' 간의 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선 걸 제때 인식하지 못했다는 게 패착이라는 평가입니다. 부동산 부문으로 몰려드는 돈을 조금 더 일찍 제어했어야 한다는 건데요. 결국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집값이 인상됐다는 겁니다.
 
그러나 종부세는 부동산 과다 소유 억제, 자산 양극화 완화, 국토 균형 발전 등의 목적과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습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선 '부동산 보유세'가 모든 세금 중 가장 성장 친화적이라고 선언했는데요. 더 나아가 두 기구는 IMF와 OECD 등은 부동산 보유세를 GDP의 2%까지 높일 것을 권고합니다. 반면 대한민국의 GDP 대비 보유세는 1.04%(2020년 기준)에 불과합니다.
 
'한강벨트'와 '정체성' 사이 괴리
 
참여정부가 만든 종부세는 진보정권 부동산 정책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고가주택·다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을 높여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민주당에서는 '상식'으로 통했는데요. 
 
최근 민주당의 '종부세 개편' 움직임은 문재인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수도권 표심을 잃은 게 지난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려면 서울 용산·마포·동작구 등 일명 '한강 벨트' 일대를 포함해 종부세 부과 대상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수도권 중산층 표심을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단적으로 민주당은 4·10 총선에서 압승하긴 했지만, 서울 곳곳에서 힘겨운 싸움을 치렀습니다. 종부세 부과 대상 아파트 밀집 지역인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이외에 용산·마포갑·동작을에서 고배를 마셨고, 양천갑·영등포갑·중성동을·강동갑 등에선 가까스로 이겼습니다.
 
다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종부세 개편이 외연 확장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입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기 때문인데요. 이달 2일 공표된 <참여연대·리서치뷰> 여론조사(5월28∼30일 조사·ARS 방식·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2%는 '박찬대 원내대표의 1주택·실거주자 종부세 폐지 정책'에 반대했습니다. 그 절반인 27%만이 찬성 의사를 나타냈는데요. 
 
정부의 감세정책이 '부자감세'라는 지적에 공감하는 비율은 54%로 과반수를 차지했습니다. 시민 10명 중 6명은 경제적 능력이 큰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공정과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 납부 인원(40만8000명)은 1년 전과 비교해 65.8%, 결정세(귀속 9487억원)은 71.2% 감소한 상태입니다. 집값 하락에 감세 조처가 더해진 결과입니다.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1년 만에 종부세 납부 인원이 52.7% 감소한 11만1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29일 성명문을 통해 "지난 10년간 종부세 결정현황 10분위를 상위·중위·하위로 각각 나눠 살펴보면, 상위 분위가 전체 세액에서 차지하는 점유비는 평균 81.3%로 됐고, 최상위 구간인 상위 10% 구간의 경우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민주당 스스로 '종부세 완화'에 불을 붙이며 빌미를 준 셈인데, 일부 의원들뿐 아니라 전통 지지층이 반발이 만만치 않아 입장 정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다만 당 내부에선 종부세에 대한 내부 입장 정리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재명 대표의 대권 가도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2022년 대선 때 이 대표가 종부세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종부세 '전면 폐지'까지는 어렵지만, 박찬대 원내대표가 주장한 '1주택 소유자 세금 부담 완화' 정도는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분위기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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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지웅

쪽팔리게 쓰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