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옛말" 저축은행, 수신 경쟁력 상실
일부 예금금리, 시중은행이 더 높아
"건전성 관리 우선…자금조달 유인 없어"
입력 : 2024-06-28 15:20:07 수정 : 2024-06-28 17:37:41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 50대 주부 A씨는 최근 저축은행 정기예금을 정리하고 시중은행에 새로운 계좌를 만들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5%대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3%대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 30대 직장인 B씨의 경우 저축은행 업계 상위권 기업에 각각 5000만원 이상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장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넘습니다. 저축은행 연체율 증가에 불안해하던 B씨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시중은행 상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건전성이 부실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경영실태평가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혹시나 문을 닫지 않을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3.66%로 지난해 대비 0.33%p 감소했다.(사진=뉴시스)
 
시중은행과 금리 격차 0.04%P
 
저축은행 수신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시중은행 금리와 격차를 좁히고 있습니다. 과거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가량 높은 금리를 내세웠지만 지금은 0.04%포인트 격차로 줄어들었습니다. 저축은행들이 적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수신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아졌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건전성마저 악화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습니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 변화.(그래픽=뉴스토마토)
 
28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평균은 연 3.66%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0.33%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 5.5%까지 치솟은 것에 비하면 2.0%포인트 가량 떨어진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4.08%에서 3.62%로 0.46%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습니다.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평균금리 격차는 0.04%포인트밖에 나지 않습니다.
 
최고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시중은행 금리가 더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를 보면 이날 기준 민국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적용된 최고우대금리가 3.8%로 가장 높습니다. 업계 자산 총액 1위 기업인 SBI저축은행의 회전정기예금은 3.6%입니다. 반면 농협은행의 NH고향사람기부예금, 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 등은 3.9%에 달합니다.
 
통상적으로 저축은행은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일반적으로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적금 금리를 책정합니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인하가 가파른 배경에는 실적과 건전성 악화가 있습니다.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1분기 부동산 PF 연체율은 11%를 넘어섭니다. 전년 동기 대비 6.65%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자산 순위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자산 총액이 전국 79개 저축은행 자산총액의 약 7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자금 조달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발걸음 돌리는 소비자
 
저축은행은 수신금리 경쟁 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주력해야하는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의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8.8%입니다. 저축은행 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1년만 해도 2.5%에 불과했지만, 2022년 3.4%, 2023년 6.6%로 악화됐습니다.
 
금융감독원도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기준으로 3곳을 특정에 경영실태평가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평가 결과에 따라 건전성이 낮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인력·조직 운영을 개선하고 부실 자산을 처분하라고 권고하는 적기 시정 조치에 나설 수 있습니다. 적기 시정 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은 자산 건전화 방안이 담긴 경영 개선 계획서를 금감원에 제출하고 이행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습니다.
 
금융소비자들은 금리 매력이 떨어지고 건전성이 불안한 저축은행으로부터 발걸음을 돌리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따른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의 학습효과이기도 합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102조9747억원입니다. 지난해 4월보다 11조원 이상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대출 잔액도 112조879억원에서 100조7456억원으로 11조 가량 줄었습니다.
 
저축은행 업계는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연체율 관리에 집중하면서 자금 조달의 유인이 떨어져 금리 인상 유인이 떨어졌다는 입장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중은행과 예금 금리 차이가 줄긴 했지만, 이는 수익 극대화가 아닌 위험 최소화 전략 때문"이라며 "전체적으로 부실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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