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통과…거침없는 윤 '일방통행'
'오전 이진숙·오후 용호성'…막가파식 인사
2년 연속 자총 찾아 "거짓 선동과 싸워야"
입력 : 2024-07-04 18:21:17 수정 : 2024-07-04 19:38:29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관련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하는 표결을 진행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4일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였던 5월28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특검법이 국회에서 부결돼 폐기된 지 37일 만입니다. 특검법이 통과된 날에도 윤 대통령의 행보는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습니다. 야당의 반대에도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지명을 강행했고, 한국자유총연맹 출범식에도 참석해 "거짓 선동과 싸우겠다"며 야당을 겨냥했습니다. 갈등과 대결의 정치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해놓고 윤 대통령 스스로 야당과의 협치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재석 190인 중 찬성 189표, 반대 1표로 통과됐습니다. 국민의힘에선 안철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김재섭 의원이 반대했습니다. 이번 의결로 채상병 특검법은 22대 국회에서 통과된 1호 법안이 됐습니다. 
 
방송장악 '속도전'에…'블랙리스트 시즌 2' 예고
 
윤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이 처리된 이날 마이웨이 행보를 보였습니다. 오전에는 야당의 반대에도 이진숙 전 사장을 방통위원장에 지명했고, 오후에는 과거 블랙리스트 사태 연루 의혹이 제기된 용호성 문체부 국제문화홍보정책실장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에 발탁했습니다.
 
특히 이진숙 전 사장의 방통위원장 지명은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야당의 탄핵 절차를 앞두고 자진 사퇴한 지 이틀 만에 이뤄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후임 방통위원장을 서둘러 지명한 것은 MBC 등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도 지명 소감에서 공영방송을 비판하며 이사 교체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조만간 MBC·KBS·EBS 등 공영방송사 이사 임기가 끝난다"며 "새 이사들을 선임해야 한다. 임기가 끝난 공영방송 이사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자가 취임하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의결부터 챙길 전망입니다.
 
용호성 신임 문체부 1차관은 2014년 과거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블랙리스트 관련 문화예술계 배제 인사 명단을 문체부에 전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가 검찰 조사 결과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개최된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의 주요 당대표 후보들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기념사 발언 수위는 지난해보다는 전반적으로 다소 완화됐지만,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여전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공산 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어둡고 가난한 지구상에 마지막 동토로 남아있다"며 "저와 우리 정부는 말이 아닌 힘으로 우리의 자유와 번영을 굳건히 지켜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하며 국정운영의 방향성을 드러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 '불참' 결정에…22대 국회 개원식도 '연기'
 
윤 대통령은 또 "우리가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거짓 선동과 싸우고 정의와 진실을 회복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국회에서 대립하고 있는 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2년 연속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기념식에선 문재인정부와 야당을 사실상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하며 강한 반감과 적대적인 대북관을 가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문재인정부를 겨냥해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언론 장악 수순에 나선 데 이어 여전히 보수 편향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여권의 4·10 총선 참패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국정기조 전환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에선 이진숙 후보자 지명에 "방송 장악을 이어 나가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며 반발했습니다. 민주당은 즉각 이 후보자 탄핵을 예고하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반대로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반발이 상당합니다. 특히 특검법 통과에 대한 여파로 오는 5일 예정됐던 22대 국회 개원식도 연기됐습니다. 특히 국민의힘은 개원식 불참을 선언했고 윤 대통령에게도 불참을 요청했습니다.
 
대통령실은 특검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던 만큼 21대 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야당에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재의결 시점까지 감안해 채상병 사망 1주기인 오는 19일 이전까지 특검법을 마무리 지으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야가 극한 대치하는 '특검법 정국'이 전개되면서 당분간 국회는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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