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AI 음성권 침해…엔터업계 "늦기 전 규제 필요"
유튜브, AI 콘텐츠 삭제 규정 추가
AI 커버곡 유행하자 일부 연예인 불쾌감
"발전보다 규제 필요한 시점" 주장
입력 : 2024-07-09 16:25:13 수정 : 2024-07-09 16:58:51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AI 콘텐츠를 둘러싸고 가요계를 위시로 한 국내 엔터업계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AI가 가수들이나 유명 연예인의 저작권, 음성권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마저 높아진 까닭입니다.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더 늦기 전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지만, 규제의 근간이 될 AI.기본법도 없는 터라 구체적 제재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AI 포럼 창립총회 및 기념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구글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는 자신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모방한 AI(인공지능) 콘텐츠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규정을 최근 추가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이자, 미국 대선을 앞두고 유명인의 얼굴을 AI를 통해 학습시켜 정치적 지지를 보내는 딥페이크(AI를 활용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AI를 이용한 콘텐츠는 국내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AI 딥러닝(컴퓨터가 외부 데이터를 조합, 분석해 학습하는 기술)을 활용해 유명인의 목소리로 만든 'AI 커버곡'이 유튜브에서 유행한 바 있었는데요. 영상이 확산되자 AI 딥러닝에 자신의 목소리가 쓰인 박명수, 장윤정, 아이유, 임재범 등 연예인들은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AI 기술이 방송가에서 첫 선을 보이던 당시만 해도 사실 여론은 호의적인 편이었는데요. 앞서 Mnet '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 JTBC '얼라이브' MBC VR 다큐 '너를 만났다' 등과 같이 고인이 된 이들을 AI 기술을 통해 복원해 가족에게 위로를, 대중에게 다시금 추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AI 기술을 일반인이 좀 더 손쉽게 사용하게 되면서 최근 들어 부작용이 속속 발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3월에는 방송인 송은이, 개그맨 황현희 등이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는데요. 회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성명서에 동참 의사를 밝힌 유명인만 MC 유재석을 비롯해 137명에 달합니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사용해 유명인을 사칭해 투자를 유도하는 등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엔터업계는 사안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AI로 인한 퍼블리시티권(본인 이름이나 초상에 대한 독점적 권리) 침해에 대해 규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 보고 있습니다. AI 콘텐츠를 어디까지 규제할지 논의해야 하고, 또 침해 사례 데이터와 의견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현재로선 AI 규제의 근간이자 출발이 될 'AI 기본법'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인공지능 기술 기본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가 됐고, 관련 논의는 22대 국회에서 다시 시작되는 모습인데요.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AI 관련 법안은 여야에서 총 6건 발의됐는데, 이들 법안을 둘러싸고 각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산업계는 진흥에, 시민사회는 위험성과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업계는 이미 구체적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거나 조만간 더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부분에 대한 규제의 경우 이견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윤동환 엠와이뮤직 대표는 "AI 커버곡의 경우 음성이긴 하지만 이게 어디까지 활용될 수 있을지 모른다"며 "보이스피싱 같은 문제들이 생길 수도 있고 가수, 연예인의 음성을 이용해 얼마든지 사기 범죄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윤 대표는 "발전보다는 규제가 조금 더 빨리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며 "지금은 규제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방송인 송은이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범죄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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