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의 배신)①치솟는 가격…"더이상 가성비 아니다"
제반비용 낮춰 기성품 대비 저렴하다 홍보해 온 취지 무색
편의점과 마트 PB제품, 일반 제조사브랜드와 가격 엇비슷
입력 : 2024-07-12 16:02:39 수정 : 2024-07-12 17:10:19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최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들을 유인한 편의점, 대형마트 등 자체 브랜드(PB) 제품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그간 업계는 PB 제품의 경우 직거래를 통해 물류비와 판매관리비 등 제반 비용 가격을 낮춰 일반 제품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PB 상품이 일반 제조사브랜드(NB) 상품 가격과 엇비슷하거나, 심한 경우 오히려 높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꾸준히 PB 상품 가격 높여온 편의점·대형마트
 
1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편의점 업체들은 이달 들어 김밥류, 안주류, 아이스크림 등 일부 PB 상품들의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습니다. CU는 김치볶음 삼각김밥을 1200원에서 1300원으로, 참치소고기더블 삼각김밥은 2000원에서 2200원으로 인상했고, 계란김밥과 근본김밥은 3100원, 2500원으로 각각 100원씩 올렸습니다. 세븐일레븐은 믹스넛, 오늘의견과 등 PB 안주류 6종의 가격을 100원씩 높였고, 이마트24는 5F파르페초코(320㎖) 아이스크림 가격을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약 16.7% 인상했습니다.
 
(사진=서울우유 및 GS 유어스 PB 우유 제품 캡처.)
 
대형마트 PB 가공식품의 가격도 지속해서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14일 기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PB 가공식품 742개 중 44.1%에 해당하는 327개 가격이 2022년 대비 상승했습니다. 이마트는 383개 제품 중 197개 가격이 전년과 비교해 올랐고, 롯데마트는 176개 중 71개, 홈플러스는 183개 중 59개 가격이 각각 인상됐습니다.
 
가격은 동일하지만 양이 줄어든 '슈링크플레이션' 사례도 발견됐는데요. 이마트 PB 브랜드 피코크의 '맛있는 순대'는 2022년 10월 1200g에 8980원에서 지난해 1000g으로 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용량 대비로 따질 경우 가격이 20%가량 인상된 셈입니다.
 
최근 이상 기후에 따른 김 가격이 폭등하면서 코스트코코리아는 이달 초부터 커클랜드 시그니춰 구운 재래김(10개입)의 판매 가격을 9890원에서 1만2490원으로 올렸습니다.
 
"저렴하다 강조해왔지만"…일반 제품 가격과 차이 없는 PB
 
본래 PB 상품은 백화점이나 대형 슈퍼마켓 등의 대형 소매업체 측에서 각 매장의 특성과 고객 성향을 고려해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마케팅이나 유통비가 절감돼 제조사 고유 브랜드 제품보다 저렴한 것이 특징입니다.
 
국내 대형마트에 PB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996년 이마트의 '이플러스' 우유였습니다. 당시 PB는 종류도 적고 싼 가격만을 강조하는 제품이 대부분이었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NB 상품 못지않은 품질을 앞세운 PB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실 수년 전부터 PB 가격 인상은 꾸준히 진행돼 왔습니다. 2017년 과거에도 한 소비자단체가 서울지역 대형마트 4곳의 제품 2600여 개를 들여다보니 5개 품목 가운데 1개꼴로 PB 상품 값이 오히려 일반 상품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는데요. 문제는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PB 상품이 일반 제품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 현장에서 세븐일레븐에서 판매 중인 '맛장우 삼각김밥'의 155g 가격은 1600원, GS25에서 판매 중인 '가득찬 참치마요' 152g의 가격은 1600원입니다. 비슷한 용량을 가진 일반 음식점인 'ㄱ 수제 삼각김밥'에서 판매 중인 기본 삼각김밥의 가격은 1500원인데요. PB 상품이 일반 음식점의 수제 조리 김밥보다 가격이 100원가량 비싼 것이죠.
 
GS25 '응떡 콘치즈김밥'의 가격은 3600원으로 시중 음식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반김밥 3000원보다 높습니다. CU의 '닭가슴살두부 김밥'의 가격도 3400원, 세븐일레븐 김밥 가격도 3000원 선으로 모두 시중 음식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반김밥 가격보다 높은데요. 공장에서 미리 제조한 PB 제품과 일반 음식점에서 조리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김밥의 가격이 엇비슷한 셈입니다.
 
또 CU의 PB 상품 '핫바득템마늘간장', '핫바득템치폴레' 가격은 모두 2500인데, 일반 핫바의 경우 대체로 1000~2000원대에 가격이 책정돼 있습니다. GS2의 PB 상품인 '1974우유 500㎖' 가격은 1950원으로, 유업계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서울우유 500㎖ 1950와 가격이 동일했습니다.
 
대형마트 일부 PB 제품 가격도 저렴하지 않았습니다. 롯데마트의 '요리하다' PB 시리즈 제품 중 '요리하다 꿔바로우'는 550g이 7990원, '요리하다 중화식 우삼겹 짬뽕' 565g은 799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요. 점포별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중화 요리 식당에서 꿔바로우가 500g 기준 6000~8000원 선에 판매되고, 짬뽕도 한 그릇에 7000~8000원 선에서 판매되는 점을 감안하면 PB 상품 가격이 이에 필적하는 수준입니다.
 
대형마트 3사 PB제품 가격 인상 추이표. (자료=한국여성소비자연합)
 
또 이마트 PB 피코크 제품 중 '우삼겹 된장찌개' 600g 가격은 9980원이었는데요. 고물가로 일반 식당 가격이 올랐다 해도 된장찌개의 경우 통상 7000~8000원선에 판매되는 실정입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삼각김밥, 김밥 등 간편식 상품은 원재료, 제조 공정 등 여러 비용을 감안해 가격이 책정된다"며 "각 유통 채널에서 판매 중인 상품은 동일 품목이라 할지라도 제조사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가격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PB라 하면 대중에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해 업체들도 가성비를 내세운 마케팅 문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편의점의 경우 고가격 업태의 성격을 지닌다. 프리미엄 PB가 일반 제품보다 비싼 점도 이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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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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