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ESG 점검)③"신뢰 기반 노사관계 모델 만들어야"
이해관계자 경영 참여 확대 필요
'반대 위한 반대' 강성노조도 변화 필요
입력 : 2024-07-16 06:00:00 수정 : 2024-07-16 07:56:33
 
[뉴스토마토 이종용·민경연 기자] 양적 성장을 일궈온 금융권에 질적 성장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노사 관계 대변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ESG 경영 안착을 위해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의 경영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고 꼬집습니다. 한편에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벗어나 이익 극대화에만 골몰하는 노조 행태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습니다. 
 
디지털 전환 등 노사 합의 필요
 
최근 은행 등 금융권 노사의 핵심 안건으로 임금인상률 협상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 내부통제 강화, 정부 정책 수행 등 경영 전략이 오르고 있습니다. 은행권이 직면한 대다수 현안이 근로 여건 변경과 연계되다 보니 노조의 반발을 무시하고 수행하기는 역부족입니다.
 
은행권에서는 디지털 대전환에 맞춰 영업점(점포) 통폐합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거래 확산,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으로 내점 고객이 감소하면서 통폐합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점포 감축이 필수 생존전략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기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금융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 간의 임금단체협상에서도 매년 올라오는 안건이 점포 통폐합 속도 조절입니다. 노조에서는 영업점 폐쇄 결정 시 ‘노사 합의’ 절차를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에서는 인력 및 조직 재배치는 고유의 경영 권한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노사 공동 TF를 꾸리는 선에서 합의를 보고 있지만 임시 봉합에 불과합니다.
 
횡령 등 내부통제 사고가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은 은행의 조직문화 변화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핵심성과지표(KPI)나 성과급 조정 등 근로조건을 바꿔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노사 합의가 필수적입니다. 일부 은행에서는 각종 금융사고 여파로 임직원 성과급 환수를 일방적으로 추진해 노사 간 법적 분쟁 위기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국가균형발전 명분으로 정부가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추진하면서 극심한 노사 갈등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산업은행 노조는 최근까지도 부산 이전이 계속 추진되면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국책은행 출신의 금융노조 위원장이 새로 취임한 만큼 대대적인 투쟁이 예고됩니다. 
 
금융사 차원에서 ESG 경영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의 경영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노사, 신뢰 구축부터 
 
경영진의 일방통행식 결정으로 노사 갈등이 반복되고 있지만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은 진척이 없습니다. 최근 수년간 횡령 등 내부통제 사고가 잇따르자 당국이 은행권 금융지주사에 이사회 구성 다양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노조추천이사제 불씨는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제도입니다. 노조 대표가 직접 이사회에 들어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노동이사제의 초기 모델이기도 합니다. 노조 추천 인사가 이사로 선임되면 정관대로 사업계획·예산·정관 개정·재산 처분 등 경영 사안에 대해 의결권 등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KB금융 노조는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시도하고 있지만 실패한 바 있습니다. 근본적 원인은 전체 지분의 대다수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주주의 찬성표를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핵심 주주 중 한 곳인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지속적으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반대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금융권 노조는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요구가 커지는 만큼 노조추천이사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권 노사가 지난해 ESG 경영 노력, 적정인원 배치 등에 합의했지만 구두 약속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전히 산별교섭이 임금·근로조건 변경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기후 위기 대응 등 산업 수준에서 논의해야 할 안건은 배제되고 있습니.
 
한재각 에너지기후연구소 연구위원은 "ESG 경영을 위해서는 기후위기 대책 모색하는 노사 간 협상을 정례화 해야 하는데, 금융산업에서는 녹색단체협상(녹색단협) 사례를 볼 수 없다"며 "ESG 경영을 위해서라도 사측이 노조의 협력을 얻어야 하는 만큼 녹색단협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위원은 노조 추천 이사제 역시 녹색단협이 교섭에 머무르지 않고 경영 안건으로 논의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송관철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히 이사회 구성원 중 한 명으로 노조 추천 인사를 투입하는 형식적인 요건은 중요하지 않다"며 "이해관계자 의견이 경영에 잘 반영이 될 수 있도록 경영진이 의지를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노조의 경영 참여 확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인들이 한국 투자를 꺼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강성 노조'라는 사실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노조가 국민의 상식적 시각에 눈높이를 맞추고 근로자 중심으로 윈윈하는 자세를 먼저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당국은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 다양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권 노조추천이사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업은행 노조의 모습.(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am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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