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괴물)③진보도 보수도 '수익'…팬덤정치 유튜브 끝엔 '자본'
'수익 추구형' 정치 유튜브…정서적 양극화↑
입력 : 2024-08-21 18:18:29 수정 : 2024-08-22 10:53:13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정치 유튜브가 극단적 편향성을 갖는 이유는 결국 '돈'입니다.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는 문제인데요. 이용자의 인정과 지지가 금전적 가치로 직결되는 구조에서 정파성은 강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실'보다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며 확대·재생산할 때, 수익성이 올라간다는 지적입니다. 
 
 
 
전 세계 슈퍼챗 '1위'는 김어준 뉴스공장
 
21일 유튜브 통계 분석 서비스 플랫폼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뉴스·정치 분야 슈퍼챗 상위 20위 12개(전 세계 기준)가 한국 채널로 나타났습니다.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 4억9240만원의 수입을 올려 1위를 차지했는데요. 이어 '이큐채널'(3억5402만원), 'SAY ENTER 세이엔터'(3억3064만원), 'KNL 강용석 나이트 라이브'(2억1292억) 순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유재일(2억204만원) △스튜디오 더탐사(1억6306만원) △인싸it(1억5563만원) △황기자(1억4763만원) △뉴탐사 NewTamsa(1억1765만원) △어벤저스전략회의(1억797만원) △호밀밭의 우원재(1억566만원) △빨대포스트(1억222만원)가 전 세계 순위 톱20에 포함됐습니다.
 
상위 20개 중 12개가 한국 채널로, 유독 우리나라 뉴스·정치 분야 유튜브에서 '슈퍼챗 쏠림 현상'이 심한 겁니다. 이들 채널은 진보 성향 5개, 보수 7개로 양측 숫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문제는 유튜버들이 '혐오'를 통해 돈을 벌고 있다는 점입니다. 발언이 극단적일수록 팬덤은 열광하는데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이큐채널 운영자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안 죽으려고 240명을 데리고 다닌다"는 극언을 쏟아냈습니다. 
 
또 강용석 변호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싸it'에서 "이 대표가 헬기 탄 건 당연히 욕먹어야지"라고 발언했습니다. 두 사람은 일주일 동안 각각 796만원, 436만원을 벌었습니다. 진영을 막론하고 상대편 주장에 맞서 지지자를 만족시키는 주장을 펼쳐 후원을 끌어내는 겁니다.  
 
'노란딱지'도 못 막는 '슈퍼챗' 
 
일명 '노란 딱지'라고 불리는 유튜브 가이드라인이 도입됐지만 오히려 슈퍼챗 의존도는 높아졌습니다. 노란 딱지는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위배한 영상에 광고를 제한하는 표시로, 증오(혐오), 도박, 약물, 성인물, 가짜뉴스 관련 콘텐츠 등에 적용되는데요. 모니터링뿐 아니라 신고를 기반으로도 붙기 때문에 정치 유튜버들에겐 공포와 분노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유튜버는 '노란딱지가 붙지 않는 콘텐츠'를 만드는 대신 '더욱 극단적인 콘텐츠'를 만들며 슈퍼챗을 쏴달라고 요구합니다.
 
유튜브에선 수익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용자와의 관계가 더 중요합니다. '우리'로 뭉친 이들은 정치 유튜브라는 공론장에서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정치적 정보를 나눔으로써, 친밀감과 유대감을 쌓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공통된 사고와 목표로 결속된 '집단 정파성’은 정치 유튜브의 동기, 규범, 압박 등 모든 과정에서 영향을 주는 에너지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과잉 정치가 정치 유튜브를 흥행시키고, 정치 유튜브가 과잉 정치를 강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정치 유튜브가 스스로 저널리즘을 표방하고 있으면서, 시청자 또한 이를 저널리즘으로 받아들여 편향된 주장에 호도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수익 추구형 정치 유튜브 채널의 부작용을 우려합니다. 유튜버가 극단적일수록 돈이 된다는 사실을 학습하면서, 자정은 쉽지 않습니다. 기성 정치권이 거리두기와 제도 개선보다는 진영 논리에 편승해 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합니다.
 
이와 같은 환경에 더해, 기존에 시청했던 것과 비슷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이용자는 비슷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됩니다. 한국은 '인구 대비 유튜브 시청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면서, 유튜브 채널의 실시간 방송 후원금 순위를 정치 채널이 장악한 국가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도 진실로 믿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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