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전쟁터 '국회'…혼란 책임은 '민주당'
입력 : 2024-09-11 18:06:15 수정 : 2024-09-12 18:28:50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 4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민주당의 갈팡질팡 행보로 혼란만 증폭되고 있습니다. 당장 현행 소득세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금투세가 부과되는데요.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주식 투자자는 야당의 내부 '교통정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6차 본회의 대정부질문(경제)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행·유예·보완…입장 제각각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24일 '금투세 공개 토론회'를 엽니다. 어떤 주장이 더 설득력 있는지 판결해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인데요. 점차 공개 발언을 내놓는 이들이 늘면서, 논란에는 불이 붙고 있습니다.
 
문제는 의견이 통일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시행·유예·보완 시행 등 금투세를 둘러싼 입장은 제각각인데요. 당내에선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금투세 시행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진 의장은 지난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금투세 반대 논거의 핵심은 큰손들이 금투세를 피하려 우리 주식시장을 떠나면, 주가가 폭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실제 투자자는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한다. 세금을 면하려고, 값이 오를 주식을 내다 파는 경우는 거의 없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과세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분이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며 "부디 기득권자의 궤변에 속지 말자. 세금은 소득 재분배의 가장 강력한 정책수단"이라고 짚었습니다.
 
실제 학계에선 금투세에 대한 공포가 과도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금투세가 시행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주식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게 중론인데요. 주식시장은 미래가치를 선반영한다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금투세 역시 도입이 발표된 지난 2020년 이미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또 금투세는 '글로벌 스탠더드'이기도 합니다. 이미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은 거래세 대신 주식양도 차익에 과세하고 있는데요. 한국의 금투세 도입 명분도 '금융세제 선진화'였습니다. 
 
당시 금투세를 도입하면서, 우리나라는 단계적으로 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없애는 패키지 딜을 성사시키기도 했습니다. 결국 거래세를 없애면서 금투세마저 중단하면 금융투자 세금은 사라지는 셈입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일입니다.
 
그러나 현재 금투세 반대 목소리에서 '거래세'에 대한 언급은 실종한 상태인데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의에 맞지 않는 겁니다. 오히려 이 원칙을 무너뜨리는 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게다가 금투세는 2022년 12월 여야 합의로 이미 2년 유예된 상태입니다.
 
결국 개인투자자 '표심'
 
주식 투자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금투세를 '재명세'(이재명 세금)이라고 부르며 폐지를 주장하자 몇몇 의원도 금투세 시행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처음으로 금투세 유예론이 나왔습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시장을 선진화한 후 시행해도 늦지 않는다"며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1400만 투자자에 심리적 부담이 가중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금투세는 상당한 소득이 있는 경우에만 과세한다고 하지만, 소액투자자에게 '미래의 꿈'을 앗아갈 수 있고 시장에 대한 매력도 반감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민주당의 움직임을 두고 중도층·보수층·개인투자자 표심을 노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재명 대표의 대권가도를 위해 본격적인 산토끼 잡기에 나섰다는 겁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투세를 낼 가능성 있는 주식 투자자는 전체(1403만명)의 1.35%(19만명)에 불과합니다. 10% 수익률을 가정했을 때, 5억원 이상의 상장주식(코스피·코스닥·코넥스) 보유해야 납부 대상자가 된다는 점을 고려한 겁니다.
 
일련의 논란은 이재명 대표가 자초한 셈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금투세 보완 필요성을 언급하며 면세 구간을 '5년간 5억원'으로 상향하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에서도 "금투세를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회담 후 공동 발표문엔 금투세를 폐지·유예한다는 내용이 한 줄도 담기지 않았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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