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작전지침'으로 '한국 핵무장론' 재진화…트럼프 집권하면?
장호진 안보실장 "예측 어렵고, 아직 예측할 필요도 없다"
입력 : 2024-07-16 15:51:53 수정 : 2024-07-16 15:51:53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채택한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이하 공동지침)이 "한국 내 핵무장론을 불식시킬 것"이라고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말했습니다. 김 차관은 14일 방송 인터뷰에서 "그간 유사시 미국이 자국의 핵우산을 한국에도 적용해 줄 것이냐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일체형 확장 억제를 통해 한·미는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고 협의함으로써 억제력을 강화하게 됐다"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외교부 1차관 "이번 핵작전지침, 한국 내 핵무장론 불식"
 
김 차관의 말대로,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는 등 핵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국내에서는 <조선일보>와 국민의힘 등을 중심으로 미국의 핵우산이 펴질 것이냐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고, 윤석열정부 등장 이후 이 의구심은 더욱 확대됐습니다.
 
지난해 4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워싱턴 선언'은, 한·미 핵협의그룹(NCG) 설치를 통해 미국이 핵우산을 강화하는 대신 한국은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고 대못을 박은 조치였습니다. 윤 대통령이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한 건데요. 국내 핵무장론자들의 바람과 달리, 핵 개발은커녕 오히려 원전 수출에서도 족쇄를 차게 됐다는 비판까지 나왔습니다.
 
'워싱턴 선언’으로 '한국 핵무장론'은 잦아드는 분위기였으나, 지난달 러시아가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 조약을 체결하고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기존 자체 핵무장론, 전술핵 재배치론과 '나토식 핵공유' 주장에 더해, 사용후핵연료의 자유로운 재처리와 '20% 미만 우라늄 저농축은 전면 가능-그 이상 고농축은 미국과 합의 아래 가능한' 일본 수준 능력을 미리 확보하자는 '잠재적 핵능력 보유론'도 등장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자 급기야 바이든 정부가 이번 공동지침으로 한국 핵무장론을 재차 진화한 겁니다.

'워싱턴 선언', 한국 핵무장론에 대못…북·러 조약으로 재점화
 
이번 공동지침은 이전에 비해 '확장 억제'를 위한 구체적 내용을 강화했습니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3일 방송 인터뷰에서 "'확장억제'는 미국의 핵전략, 재래식 전력, 미사일 방어 세 가지가 다 들어가는 포괄적 개념인데 그런 확장억제를 위해 핵과 전력을 공동으로 기획·실행·교육·훈련하는 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이 작년 '워싱턴 선언'"이라면서 "이번 공동지침은 어떤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할 거냐, 어떤 커뮤니케이션 절차, 어떤 훈련 교육을 할 것인지 그리고 한·미 간에 어떻게 협의해 나갈 것인지 이런 것들에 대한 지침을 발전시킨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워싱턴 선언에서 '구도'를 만들었고 이번에 그 구도 실현을 위한 '지침'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공동지침에 대해 정부는 미국 핵무기와 한국 재래식 무기체계의 통합(일체형 확장억제) 방안을 최초로 공식 문서화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유럽보다 면적이 훨씬 작아 유사시 공격목표가 될 것이 확실한 핵 기지를 여러 곳에 둘 수 없는 한반도 특성을 감안해 전략핵잠수함, 전략폭격기, ICBM처럼 추적이 어려운 핵 투발 수단을 미국이 수시 전개하고 한국이 첨단 재래식 전력으로 이를 보완하겠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이번에 만든 한미의 북핵 대응 체제가, 미국이 배치·관리·운용하는 전술핵을 해당국 항공기로 투발하는 '나토식 핵공유'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번 지침이 한국에서 핵무장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데요. 한국 핵무장에 열려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바이든 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피격 사건 이후 더욱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16년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북한 핵이 큰 문제로, 한국·일본이 핵을 갖고 스스로 방어에 나선다면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한국 핵무장을 용인하는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피격당한 뒤 귀에 붕대를 붙이고 나타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측근들, 한국 핵무장에 열린 모습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할 경우 외교안보 라인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대행,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 등은 열린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최근 방한한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 우선주의정책연구소 부소장 정도가 "한국 핵무장은 비확산 원칙에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석열정부도 현재는 핵무장론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은 명쾌한 입장을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13일 방송 인터뷰에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2기'가 출범할 경우, 핵무장 용인과 확장 억제 강화 중 어느 쪽 가능성이 높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예측하기도 어렵고 예측할 필요도 아직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황방열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