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여야 농해수위원 "농협중앙회, 금융지주 경영·인사 개입 안돼"
국회 농해수위 소속 의원 상대 설문
10명 중 9명, 중앙회의 지주사 개입 반대
신경분리 12년 지났어도 중앙회 그늘 여전
입력 : 2024-08-23 06:00:00 수정 : 2024-08-23 08:03:26
 
[뉴스토마토 이종용·민경연·이효진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 여야 의원 다수가 농협중앙회장의 금융지주 경영·인사 개입 반대에 나섰습니다. 신경 분리(신용·경제사업 분리) 취지에 어긋나는 데다 지주사 독립 경영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농해수위는 농협중앙회를 소관하는 상임위원회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농협중앙회 개혁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농협중앙회 인사 개입 등 개혁 벼르는 여야 
 
<뉴스토마토>는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농해수위 소속 여야 의원을 대상으로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허용 △비상임조합장의 연임 제한 △중앙회장 선거에 대한 평가 △중앙회의 조합장 우대 정책 △중앙회의 농협금융지주 인사·경영 개입 등에 대해 익명을 전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총 19명 가운데 10명이 설문조사에 응했고 나머지 9명은 '민감한 문제'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답변에 나선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농협중앙회를 개혁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응답한 의원 10명 중 9명은 농협중앙회의 금융지주 인사·경영 개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난 2012년 3월 농협중앙회는 신경 분리를 하면서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로 나눠졌습니다. 신경 분리 결과 중앙회는 전체 농협을 대표하는 대표기관 역할을 하고 산하 지주사들이 각자 전문성을 발휘해 사업을 진행하는 체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신경 분리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각 사업 부문이 여전히 중앙회 그늘 아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장의 월권을 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농협법상 중앙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인사권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주사는 자신들의 지분 100%를 보유한 중앙회를 상대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중앙회 계열사나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 자회사에 강호동 중앙회장의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측근들이 대거 취임한 것만 봐도 중앙회장의 권한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국회
 
'특수성' 주장하는 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의 인사 개입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자리가 농협금융의 비상임이사입니다. 비상임이사의 경우 중앙회장이 추천하는 자리입니다. 사실상 중앙회장의 의중을 지주사 및 계열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비상임이사의 입을 통해 전달된 중앙회장의 의중은 그 자체로 절대적인 힘을 갖습니다.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이사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 비율이 과반 이상을 차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농협금융의 주요 계열사 이사회는 사외이사 수가 이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가 사외이사 몫의 자리에 조합장 출신 인사들을 비상임이사로 내려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농협중앙회는 지주사에 대한 인사·경영 개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농협 조직만의 특수성을 방어 논리로 제시했습니다. 농협법 제1조에서는 농업·농촌 발전을 농협 조직의 존재 이유로 명시하고 있는데요. 농협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중앙회 출신 인사가 농업 정책에 전문성이 있는 만큼 중앙회와 지주사 간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농협 개혁을 위해서는 지주사 체제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습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농협금융 정기검사를 통해 비상임이사 선임 구조와 역할 등을 들여다 봤습니다. 정무위원회 소관의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농해수위 의원들도 금융지주의 독립성 훼손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입니다.
 
농협중앙회의 지주사 경영 개입에 찬성한 의원 1명은 중앙회가 지주사의 100% 지분을 보유한 만큼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앙회장 연임 허용 찬반 팽팽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허용에 대해서는 반대 6명, 찬성 4명으로 의견이 갈렸습니다. 과거 중앙회장 비리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지난 2009년 중앙회장 임기를 한 번으로 제한한 바 있습니다. 연임 허용에 여전히 반대하는 의원들은 중앙회장의 장기집권 폐해가 재현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연임 허용에 찬성한 의원들은 중앙회장의 경영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임제 하에서는 경영진 교체가 잦고 단기 실적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타 협동조합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농협 개혁법 발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앙회장의 연임 허용 여부는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은 법사위원회 통과를 앞두고 중앙회장 연임 허용이라는 조항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현직 중앙회장을 연임 가능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법안 통과가 무산됐습니다. 한 농해수위 의원은 "중앙회장의 연임보다는 농협 조직의 개혁이 우선"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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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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