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염장 지른다"…추석밥상 화두는 단연 '김건희'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에 민심 분개…부정적 여론 아랑곳 않고 '광폭 행보'
입력 : 2024-09-12 16:30:36 수정 : 2024-09-12 16:30:36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지난 10일 자살 예방 및 구조 관계자 격려차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들과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 동행하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놓고 민심이 분개한 상황에서, 최근 김 여사의 마포대교 도보 순찰 일정까지 공개되면서 정치권 안팎의 비판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야권에선 "국민 염장을 지른다"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다음 달 초 시작할 예정된 국정감사를 '김건희 국감'으로 규정하고 총공세를 예고한 상황인데요. 올 추석 밥상머리 화두는 단연 김 여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정치권에선 지난 10일 김 여사가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 나선 것을 두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시 김 여사는 비공개로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뚝섬 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 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찾아 피자·치킨 등 간식을 전달하고 구조 현장을 살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용강지구대 순찰 인력들과 마포대교 도보 순찰도 함께했습니다.
 
김건희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여권 일각 "과한 일" 평가
 
김 여사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야당에선 "민심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 이 판국에 국민 염장을 지르면서 (김 여사의 현장 방문) 사진을 18장이나 올려놨다"며 "청와대(대통령실) 홍보수석실 대변인들도 진짜 수준 이하의 바보들"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이어 "(김 여사가 실질적인) 대통령이니까 못 말리는 것"이라며 "'영부남'이 말려야 되는데 못 말리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일각에선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서 보여준 김 여사의 행보가 흡사 통치자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는 평가도 제기합니다. 실제 김 여사는 용강지구대 경찰과 마포대교를 살펴본 뒤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며 "한강대교의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마치 현장 근무자들에게 지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겁니다.
 
여권 내부에서도 김 여사의 행보를 두고 비판이 이어졌는데요. 김경율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김 여사가 현장 공무원들에게 지시하는 장면이 공개된 건 과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와 검찰의 무혐의 결론에 이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 이후 김 여사의 공개 행보도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지난 2일엔 김 여사가 미국 상원의원 부부들을 청와대 상춘재에 초청해 만찬을 같이 하며 자신의 생일을 축하받았습니다. 이어 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 땐 김 여사가 기시다 총리의 부인 유코 여사와 국내 한 K팝 엔터테인먼트사를 방문해 행사를 마치며 "K팝이 아날로그 느낌을 기반으로 실버층을 개척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여기에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올해 대국민 추석 인사 영상에도 함께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야말로 광폭 행보입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빌 해거티 상원의원을 비롯한 미국 연방 상원의원단 부부초청 만찬에서 해거티 의원의 배우자로부터 생일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10명 중 6명 "불기소 권고 잘못"…부담 커진 정부여당
 
김 여사를 바라보는 민심은 여전히 부정적입니다. 에너지경제·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9월10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무선 97%·유선 3% ARS 방식)에 따르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불기소 권고를 한 데 대해 '잘못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60%로 나타났습니다. '잘한 결정'이라는 의견은 30.3%에 그쳤습니다. '잘못한 결정'이라고 본 이들의 절반은 핵심 권력층 면죄부(49.9%)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크게 하락했습니다. 데일리안·여론조사공정(주) 여론조사 결과(9월10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무선 100% ARS 방식)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주 전에 비해 5.5%포인트 하락한 27.7%였습니다. 데일리안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최근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응급의료 공백 사태와 이른바 김 여사 리스크가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의 결론을 놓고 민심이 분개한 상황에서 최근엔 김 여사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민주당 등 야당은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고, 다가오는 국정감사도 '김건희 국감'으로 치르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훈 심승우 부장판사)가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2심 선고에서 100억원대 돈을 댄 '전주' 손씨에게 방조 혐의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검찰이 '전주로서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 여사에 대해 2심 선고 결과를 토대로 처분 방향을 결정한다고 밝혔던 만큼 파장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김 여사가 정부여당에 줄 부담은 더욱 커졌습니다. 여러모로 추석 밥상엔 김 여사가 화두가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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