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사업개편·구조개편 동시다발 진행
SK이노베이션, 비상장사 합병 추진
SK, SK에코플랜트에 현물출자
양쪽 다 미래에셋증권 SPC 출구전략
최태원-최창원 계열분리 마무리도
입력 : 2024-07-17 14:05:04 수정 : 2024-07-17 18:10:16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SK그룹이 SK이노베이션 합병과 SK에코플랜트 현물출자를 동시다발로 진행해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이번 개편은 SK온 살리기 사업개편과 SK디스커버리 지주전환 당시 정돈하지 못한 최태원-최창원 일가 계열분리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또한 두 사안 모두 투자은행(IB)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보유 지분이 연결돼 있어 출구전략을 짜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공교롭게 두 지분 모두 미래에셋증권으로 묶였습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 현물출자 및 지분 스왑 건은 SK 산하 100% 자회사인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가 현물입니다. 이를 통해 SK는 SK에코플랜트 지분을 추가 확보합니다. 현재 42.86%입니다.
 
SK에코플랜트에는 엠디드래곤2차와 엠디드래곤1차가 각각 12.67%, 7.18%씩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래에셋증권이 출자한 SPC입니다. SPC는 비상장사인 SK에코플랜트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SK에코플랜트는 본래 최창원 부회장 계열인 SK디스커버리 산하 계열사로 묶였던 회사입니다. SK디스커버리가 지주전환하면서 지주비율에 미달한 지주행위제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당시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 잔여지분을 처분해야 했습니다. SK건설이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매각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래에셋증권이 SPC로 사들였습니다.
 
계약 조건엔 주가수익스와프(PRS)를 달았습니다. 투자 주식을 최종 처분할 때 가격이 계약가보다 낮으면 미래에셋증권에 SK디스커버리가 손실을 보상해줍니다. 반대면 SK디스커버리가 차익을 얻게 됩니다. 이런 거래는 보통 투자금을 환원할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번 개편으로 SK에코플랜트 가치가 오르면 기업공개(IPO)를 통한 출구전략이 수월해집니다.
 
당초 SK 아래 상장 자회사였던 SK머티리얼즈는 자사주 매입 후 소규모 합병으로 상폐됐습니다. 자사주를 활용했지만 이중상장은 해소해 이해관계가 얽힌 구도였습니다. 그랬던 SK머티리얼즈가 SK에 흡수되고 사업 일부만 물적분할된 바 있습니다. 그 분할 사업이 이번에는 SK에코플랜트 산하로 옮겨집니다.
 
이후 상장하게 되면 다시 이중상장 구조가 되지만 그룹 차원에선 일종의 대출 계약 만기 시점이 다가오는 게 더 큰 사안입니다. SK에코플랜트에는 6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도 존재합니다. 그 RCPS를 인수한 재무적투자자(FI)와의 계약 조건이 2026년 IPO 추진 내용으로 알려졌습니다.
 
출구전략은 SK E&S에도 필요합니다. 역시 비상장사인 이 회사 지분은 SK가 90%를 가지고 있지만 나머지 지분에 엠디프라임1차(5.9%) 등 FI가 있습니다. 이 회사도 미래에셋증권 SPC입니다. SK이노베이션 합병으로 적자가 심한 SK온을 살리려는 수요가 있지만, SK E&S 역시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SPC는 우회상장 후 계약만기 때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할 수 있습니다. FI는 ‘엑시트’하지만 여타 주주로서는 ‘오버행(대량매도 대기물량)’이 걸립니다. SK E&S 역시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게서 발행한 대규모 RCPS가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조달금만 2조4000억원이고 우선배당률 규정에 따른 지급액과 내부수익률(IRR) 보장 금액을 합치면 3조원을 넘길 규모입니다. 이 RCPS의 1차 만기 시점이 2026년 하반기입니다.
 
다만, SK이노베이션 합병 건은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비상장사와의 합병비율이 정해지기에 반대주주 등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됩니다. 재계 관계자는 “SK건설 지분 처분 시점에 대출이 필요했던 기업 측에 투자은행이 언더라이팅(증권발행중개)을 해준 것”이라며 “기업에는 일반 대출보다 유리한 조건이지만, 이자와 수수료를 고려해 투자은행도 손해 보지 않는 전략을 짠다. 그 사이 여러 주주와 이해상충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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