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유근윤 기자] 쪽방촌 거주자들이 가장 많이 앓는 질병은 고혈압과 당뇨, 관절염으로 나타났습니다. 10명 중 4명은 고혈압을 겪고 있고, 10년 새 당뇨를 앓는 비율도 급격히 오른 걸로 조사됐습니다. 또 거주자 절반가량은 자신의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열악한 주거환경과 맞물린 복합적 결과로 진단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최근 박주민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통해 서울시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 분석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10년 간 쪽방촌 거주자들이 가장 많이 앓은 질병은 고혈압과 당뇨, 관절염 등이었습니다.
먼저, 2014년 '평소 앓고 있는 질병 유형'을 묻는 질문에 △고혈압(21.9%) △관절염(21.7%) △당뇨(8.3%) △심장질환(5.2%) △만성호흡기질환(4.1%) △뇌혈관질환(3.8%) △간질환(3.5%) △결핵(1.5%) △통풍(1.0%) 순으로 꼽혔습니다. 서울시는 쪽방촌 거주자를 대상으로 매년 동일한 문항을 조사했는데, 가장 많이 앓고 있는 질병은 고혈압과 당뇨, 관절염으로 집계됐습니다.
2023년 조사에서도 △고혈압(56.5%) △당뇨(36.0%) △관절염(35.4%) △우울증(25.7%) △구강질환(10.2%) △심장질환(7.6%) △만성호흡기질환(6.9%) △녹내장·백내장(5.8%) △뇌혈관질환(5.0%) 순이었습니다.
결과를 종합하면, 쪽방촌 거주자들에게 고혈압은 10년째 만성질환 '부동의 1위'였습니다. 2023년의 경우 질병을 가진 사람 10명 중 절반 이상이 고혈압을 앓고 있었습니다. 특히 당뇨는 10년 새 8.3%에서 36.0%로, 무려 27.7%포인트 급증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관절염 또한 10년 동안 꾸준히 20%대를 유지했습니다.
때문에 쪽방촌 거주자 절반은 자기 건강이 '나쁘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에 '나쁨'이라고 답한 비율은 △2015년 49.3% △2016년 50.3% △2017년 55.6% △2018년 51.7% △2019년 56.9% △2020년 55.7% △2021년 56.0% △2022년 52.5% △2023년 55.2%였습니다.(2014년은 해당 조사 없음)
전문가들은 쪽방촌 거주자들의 전반적 고령화, 잦은 음주, 운동 부족, 스트레스, 음식 섭취의 불균형, 건강관리 미흡과 지원 미비 등을 건강 악화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이 같은 원인들은 고혈압과 당뇨, 관절염의 주범이기도 합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고혈압과 당뇨 등은 대사성질환으로, 치료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식단 조절과 운동 등의 건강관리가 꼭 필요하다"면서 "쪽방촌 환경이 그럴 여건이 되지 못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중구 서울역무료진료소에서 한 어르신이 독감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쪽방촌 거주자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실제, 쪽방촌은 대부분 화장실과 세면실을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어 위생에 매우 취약한 환경입니다. 취사장 여건도 열악해 제대로 된 식사 준비를 기대하기도 힘듭니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쪽방촌 거주자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활동가는 "건강과 주거환경은 밀접하게 연결되는데, 주거 문제를 떼고 이들의 건강에 대해서만 말할 수 없다"며 "쪽방촌의 경우 건강한 사람도 우울해지고 병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주거환경에서 오는 우울감과 절망감이 크기 때문에 질병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주거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안창현·유근윤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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