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내치(內恥)·내치(內治)의 실종
입력 : 2024-08-28 06:00:00 수정 : 2024-08-28 10:14:50
우리 사회를 둘러싼 심상치 않은 기운이 을씨년스럽습니다. 단순히 스산한 날씨가 아닌 '을사년스러운' 사악한 기분은 왜 일까요.
 
상식, 정상의 개념은 몰상식, 비정상으로 변질되고 현실주의자, 합리주의자로 싸개질된 기회주의와 이기주의자들이 이완용의 유령처럼 배회하는 현실을 보니 개탄 그 자체입니다.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는 둥,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봐야 한다'며 헌법 부정을 합법적으로 에두르는 '광기'는 되레 촉매제가 되고 있으니 으스스합니다.
 
양심에 어그러짐을 뉘우치는 내치(內恥)는 보이지 않고 선조들 국적까지 일본으로 만드시니 오죽하면 반국가 인사라는 비난까지 나올까요. 
 
미국 대선, 지정학적 충돌, 기후변화, 글로벌 환경규제, 공공요금·농산물·석유류 등의 변동성 리스크가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는데 남북 분단의 대한민국이 좌우 분단에 이어 국론분열까지 겪고 있으니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생각의 무능'이 떠오릅니다.
 
오죽하면 비호감 정치인 2위로 뽑힌 홍 시장도 언성을 높이겠습니까. 지난해 부산항에 펄럭이는 '욱일기'의 일본 호위함 입항은 사전 포석이었나요. 
 
욱일기 앞에 좌절한 해군작전기지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족구를 하셨나요. 순직 해병대원 사망을 애수하고 애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농구를 하셨나요. 
 
격노하고 격려하는 모순의 굴레 속에 욱일기 논란, 채상병 사건 연루 의혹, 마약수사 외압 의혹, 국방부 장관 돌려막기 비판까지 윗선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고 봅니다.
 
정책 실기는 코미디가 따로 없습니다. 전기차 충전율 90% 제한을 둔 서울시 정책을 보고 있자니 한심하다는 핀잔만 커지고 있습니다. 배터리 결함 등에서 원인을 찾아야할 것을 그런 식이면 서울시 공무원들의 휴대폰 충전율도 90%로 제한하라는 된소리까지 나오는 지경입니다.
 
이 뿐만 아니죠.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의 타이틀은 어느새 사라졌고 아프면 죄인인 듯 눈치 보며 연차를 써도 '치료제'가 없다네요. 코로나는 금요일에 걸려야하나 봅니다.
 
2자녀 등 다자녀 혜택은 또 어떤가요. 지자체마다 각각 상의한 탓에 차 끌고 옆 동네 지방만 가도 혜택을 못 받는 공영주차비 50% 할인 등 속 터진다는 글이 쏙쏙 올라옵니다.
 
특히 내수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평가는 곱지 않습니다. 내년 지출 예산은 677조4000억원. '민생 지원 최우선'을 공언했지만 사실상 3.2% 짠물 예산에 불과합니다.
 
재량지출은 0.8% 증가율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인 걸 보면 긴축 재정에만 방점을 찍은 셈이죠. 아울러 중점 과제라던 약자복지 강화는 의료개혁을 향해 있을 뿐, 사회복지 예산 증가 폭이 낮아진 점은 씁쓸한 대목입니다.
 
부자 감세 등 세입기반까지 허문 재정건전성 강조가 자기모순인데도 '아무것도 하지마'라는 천공의 외침이 오히려 와 닫기까지 하는 웃픈 현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런지.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의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두 얼굴 사이에 숨은 오늘날 홉스의 함정은 대립, 갈등, 반목, 비난 등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어진 내치(內治)는 보이지 않고 불신은 두려움으로, 두 집단 간 충돌 가능성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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