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상생금융 시즌2의 '억지 전개'
입력 : 2024-08-29 06:00:00 수정 : 2024-08-29 06:00:00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금리 압박에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줄줄이 인상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수장이 "대출금리 상승은 금당국이 바란 것이 아니다"고 은행에 화살을 돌렸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겉잡을 수 없이 오른 대출금리가 다시 떨어지려면 기준금리가 내려가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당국이 '금리 인상' 판을 깔아주고 은행들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은행들 역시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방패삼아 '이자 장사'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최근 가계대출이 크게 불어나는 사이 당국의 용인 하에 자행된 금리인상으로 은행권은 올해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올 상반기 은행권은 역대 최고실적을 기록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8조25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최근 진행된 대출금리 인상이 상생금융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상생금융' 시즌2'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당국은 지난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이자장사' 발언에 은행권에 상생금융을 강하게 압박했고, 하반기에는 다시 한 번 윤 대통령의 ‘은행의 종노릇’ 발언을 앞세워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그 결과 은행권은 당기순이익의 10%가량인 2조1000억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치 금리'의 수혜를 받은 은행 이익에는 또다시 상생금융 등 사회환원 논리가 작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은행권은 지난해와 같은 방식의 상생금융은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부응할 여력이 없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국내 은행권의 사회공헌 규모는 연간 1조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총 1조6349억원인데요. 2019년 1조1359억원을 기록한 이후 5년 연속 1조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공시 기준을 변경하면서 대가성이 있다고 보이는 사회공헌 성과는 집계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질적 개선도 추진했습니다.
 
은행권의 분야별 사회공헌 추진 실적을 보면 지역사회·공익과 서민금융이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당국의 정책에 편승하거나 기준에 맞춘 천편일률적인 금융지원 프로그램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회공헌 프로젝트가 정권이나 경영진에 좌지우지되는 데다 이자이익 비판에서 비롯되다 보니 사회 환원에 초점이 맞춰지는 부분이 크다는 것입니다.
 
최근 흐름을 보면 당국의 정책목표 수행과정에서 은행이 이익을 본 만큼 이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가 다시 작동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마저 '이자장사'를 비난하다보니 사회공헌을 늘린다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보일리도 만무한 상황입니다. 상생금융 새 시즌의 억지스러운 전개에 벌써부터 한숨 소리가 들립니다.
 
이종용 금융산업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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