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진실)①"여기도 제로, 저기도 제로"…무차별 마케팅 폭격
'헬시 플레저' 트렌드와 함께 '제로 마케팅' 전방위 확산
탄산음료에서 아이스크림까지…제품군 확대 속도 빨라
건강 논란 분분한 상황…소비자 주의 요구
입력 : 2024-07-22 15:30:00 수정 : 2024-07-22 18:23:06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수년간 식음료 업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설탕을 포함하지 않는 식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제로(Zero)' 마케팅의 열풍입니다.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먹거리 역시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식품 업계에 빠르게 확산하는 점과 관련이 있는데요.
 
제로 콜라, 제로 사이다 등 탄산음료 시장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활용됐던 제로 마케팅은 어느덧 일반음료, 주류, 아이스크림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아울러 식품 업체들은 물론 주류 업계까지 이를 적극 활용하며 제품 라인업 상당수에 '제로 라벨'을 붙이는 실정인데요.
 
문제는 제로 슈거 제품들이 생각보다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설탕 대신 쓰이는 인공감미료의 건강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탓인데요. 업계가 헬시 플레저 트렌드를 앞세운 무분별한 제로 슈거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가파른 성장세 보이는 제로 슈거 시장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음료류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10조3210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7.6% 상승했습니다. 음료류 시장은 2018년 이후 연평균 5% 이상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인데요. 이중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924억원에서 2022년 3683억원으로 2년 만에 4배가량 커졌습니다.
 
(인포그래픽 제작=뉴스토마토)
 
제로 슈거 열풍은 전 세계적으로도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aT는 글로벌 제로 슈거 식음료 시장 규모가 2022년 기준 약 22조7200억원이며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4%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현장에서 제로 제품군을 찾는 수요층도 증가 추세인데요. 홈플러스는 지난 5월 제로 음료의 매출이 1년 새 약 70%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편의점 GS25가 올해 1~4월 음료 상품 매출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탄산음료 상품 매출 중 제로 음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52.3%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제로 음료 구성비는 지난 2022년 32%, 2023년 41.3%에 이어 올해 절반을 넘길 만큼 가파른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식음료 업계, 제로 마케팅으로 소비자 유인
 
고물가 기조가 고착화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식음료 업계가 비교적 실적 방어에 성공하는 데는 이 같은 제로 마케팅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옵니다.
 
실제로 현재 업계에서는 '제로' 타이틀을 달지 않는 제품군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사실상 제로 음료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탄산음료의 경우 일반 제로 제품은 물론, 이를 토대로 레몬맛, 체리맛 등 각양각색의 맛이 첨가된 제품들이 줄줄이 출시되는 모습입니다. 코카콜라는 레몬, 체리 등이 가미된 제로 콜라와 오렌지, 파인애플, 포도향 등의 제로 슈거 판타를 내놨습니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음료 사업부문은 '칠성사이다 제로', '펩시콜라 제로', 주류 사업부문은 제로 슈거 소주 '새로'를 주축으로 한 판매 호조세가 지속되는 상황인데요. 이를 토대로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1분기 음료 사업 매출(별도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2% 성장한 4313억원, 주류 사업 매출은 3.4% 늘어난 2148억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주류 업계에서의 제로 마케팅도 두드러지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롯데칠성음료 주류 부분 실적의 경우 지난 2022년 가을 출시 이후 1년 만에 누적 판매액 1000억원을 돌파한 새로가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울러 하이트진로는 지난 3월 제로 슈거 소주 '진로 골드'를 새롭게 출시한 데 이어, 이달 역시 제로 슈거 맥주인 ‘테라 라이트’를 선보이는 등 제로 신규 라인업 구성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빙과 업계에서는 최근 빙그레가 당류가 0g인 제로 슈거 '파워캡 블루아이스 제로'를 출시했고, 빙그레가 운영하는 해태아이스크림도 대표 아이스크림 중 하나인 '폴라포' 커피맛을 제로 칼로리로 리뉴얼했습니다. 이 밖에 롯데웰푸드는 무설탕 디저트 브랜드인 '제로'를 선보이고, 지난달 말 매일유업은 당, 지방, 칼로리가 모두 제로인 '피크닉 제로' 음료를 출시하는 등 제로 제품군의 영역도 더욱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건강' 키워드로 소비자 현혹
 
다만 이렇게 업체들이 우후죽순 제로 칼로리 마케팅을 내세우면서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제로 슈거의 제품 자체에 결함이 있다기보다는 업체들이 마케팅을 전개하는 과정이 문제라는 분석인데요.
 
제로 마케팅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웰빙(Well-Being) 트렌드에 민감한 MZ(밀레니얼+Z) 세대를 타깃으로 '건강'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사실 식음료 업계에서 판매되는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과자는 일반적인 신선식품과 비교해 건강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을 제로 슈거, 제로 칼로리 등 마케팅으로 희석해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지적이죠.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탄산음료, 과자 등은 아무래도 맛은 좋을지 몰라도 건강에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보니 업계 입장에서도 이 같은 이미지를 타파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제로 마케팅은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에 제격인 기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게다가 젊은 수요층은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아, 당분이 많거나 고칼로리인 가공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데 이 틈을 잘 파고든 마케팅"이라며 "하지만 정작 제로 제품들은 어떻게 건강에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명확한 명시가 없다.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 단체 등 조직에서 제로 상품들을 모아 이에 대해 정보를 상세히 분석해 보면 좋을 것 같다"며 "업체가 실제로 제로 슈거 성분을 이용해 판매하고 있는지, 아니면 과장 광고를 하고 있는지 등이 가려질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제로(Zero)' 음료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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