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민족 대명절 추석 연휴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다수 서민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못한 모습입니다. 최근 물가가 간신히 진정세를 보이는 듯하지만, 실상은 먹거리 가격의 급등세가 유지되면서 추석 준비에 나서는 서민들의 부담이 대폭 커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집중 호우가 내리며 작황 악화가 심화하고 8월에는 전국적으로 열대야가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역대급 폭염이 지속되면서, 이미 채소·과일 등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신선식품 가격은 폭등한 상태인데요. 여기에 추석 연휴 기간이 전통적으로 먹거리 수요가 단기간 폭증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숨 가쁜 식료품 물가 고공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신선식품 물가 불안 지속…이상 기후 직접적 영향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54(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2% 상승했습니다. 올해 3월부터 줄곧 둔화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2.6%로 반등했다가 오름폭이 다시 꺾였는데요. 이처럼 지표 물가는 일견 안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7월 8.4%까지 뛰었던 석유류가 지난달 0.1%로 보합권에 진입하면서, 평균 물가 상승폭을 크게 낮췄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상승했습니다. 또 이번 집중 호우와 폭염으로 피해를 입은 농산물 가격은 3.6%로 평균을 훌쩍 웃돌았고, 이 중 차례 필수 품목인 배 가격은 120.3%, 사과는 17%나 오르며 높은 오름세를 유지했습니다.
생산자물가 전월 대비 변동률 추이 그래프. (제작=뉴스토마토)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수로 여겨지는 생산자물가 흐름은 더욱 좋지 못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56(2020년=100)으로 전월 119.23 대비 0.3% 올랐습니다. 생산자물가지수 전월 대비 변동률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오름세를 유지했다가 6월 보합세를 보인 뒤, 지난달 다시 상승 전환했는데요.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 등 가격 변동을 표시하는 지수입니다. 통상적으로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것이 특징인데요. 7월의 경우 집중 호우 등 기상 악화 여파로 지수가 상승했다는 것이 한은 측 설명입니다.
차례상 품목 가격 고공행진…"물가 불안 연말까지 지속될 수도"
업계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물가는 더욱 높다고 강조합니다. 물가 지수는 다소 보수적으로 책정되는 경향이 있어 시장 상황과는 약간의 괴리가 있기 마련인데요. 문제는 추석 차례상의 필수 품목이라 할 수 있는 사과, 배 등 과일 및 주요 채소의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과일인 사과(후지 상품 등급 기준)의 경우 가장 최근 조사일인 지난달 21일 3만2575원으로 평년(2만8042원)보다 16.17%나 높았습니다. 또 배는(원황 상품 등급 기준) 지난 2일 3만3381원으로 평년(2만8748원) 대비 16.12% 상승했고, 역시 같은 날 기준 배추 가격은 1포기당 6545원으로 평년(5619원) 대비 1000원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들 품목은 하나같이 이상 기후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농작물의 경우 폭염과 폭우가 지속될 경우 생육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해 수확에 어려움을 겪으며 수급 불안정성이 확대되기 마련인데, 특히 올 여름에는 폭우와 폭염 모두 역대급 수준에 도달한 만큼 가격 진폭은 예년 대비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추석 연휴 자체가 물가 위협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농작물 수확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해라 해도 추석 시기만큼은 먹거리 수요가 폭증하고 공급은 이를 받쳐주지 못해 단기적으로 밥상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이번 추석은 예년 대비 이른 이달 중순에 예정돼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미 '물폭탄', '열폭탄' 등 기후 변화로 주요 농작물의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르고, 농수산물 수급 안정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석을 맞이하는 형국이 된 것이죠. 이 같은 물가 상방 압력 요인이 단기간 내 누적되면서, 서민들의 고통도 당분간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도 제기됩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전체 지표 물가 상승률이 2%로 둔화했고 근원물가 상승률도 2% 초반대로 내려온 모습"이라면서도 "서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식탁 물가는 여전히 비싸고 하향 안정화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실장은 "이번 여름철에 있었던 폭염이나 폭우 등 피해와 함께 이달 추석 성수품 준비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식료품 부문의 공급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거시적 물가 상승률의 둔화 흐름과는 달리 급등하는 식료품 가격은 서민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사과 매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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