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변수 아닌 상수 된 '기후플레이션'
입력 : 2024-07-17 06:00:00 수정 : 2024-07-17 06:00:00
"예전에는 이상 기후 자체가 예기치 못한 변수였기에, 이로 인해 물가가 오른다 해도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상 기후 자체를 더 이상 변수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실정이에요."
 
올 여름 장마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장바구니 물가에도 비상이 걸린 모습입니다. 가뜩이나 올해 내내 고물가 기조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 속에, 비까지 계속 내리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이번 여름에는 장마가 끝난다 해도, 때 이른 무더위가 예고돼 있습니다. 사실 장마가 예년 대비 장기화하는 것도, 시기보다 빠르거나 늦은 무더위 및 강추위가 지속되는 것도 모두 일종의 이상 기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먹거리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인 '기후플레이션'은 점차 현실화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여름철 집중 호우로 낙과 피해가 빈번했던 사과의 경우 생산량이 급등하며 물가 급등의 주범으로 지목된 바 있는데요. 올해도 여름 내 폭우 및 폭염이 지속됨에 따라, 사과는 물론 전반적인 농작물의 작황 악화 우려 역시 여전한 상황입니다.
 
사실 기후플레이션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전 세계가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까닭이죠.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올리브유의 경우 대표적 기후플레이션 사례로 꼽힙니다.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전 세계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스페인에서 이상 기후로 인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올해 1분기 기준 1톤(t)당 1만88달러로 1년 새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올리브유의 경우 요리 전반에 쓰이는 식재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 세계 식탁 물가가 이에 자극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올리브유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에 따른 주산지 작황이 부진해진 설탕, 코코아, 커피 등도 역시 먹거리 물가를 끌어올리는 상황입니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 같은 기후 변화를 고정적인 물가 위협 요인으로 지목하며, 이상 기후 빈도, 물가와의 상관관계 및 실태 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대비해나가는 추세인데요.
 
아직까지 우리 정부는 이상 기후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는 단기적 요인으로 진단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매년 이맘때 물가가 폭등하면 '계절적 요인', '일시적 상승'이라는 표현과 함께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추상적 발표가 반복되는 점이 단적인 예죠.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의 기후플레이션 관련 발표는 분명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월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경우 1년 후 농산물 가격은 2%, 소비자물가 수준은 0.7%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기후 변화와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의 상관관계가 구체적으로 명시될 만큼, 이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도 시급해졌음을 의미합니다.
 
불가항력 성질이 있다지만 기후 변화를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된 겁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일이 하나 더 늘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상 기후가 물가뿐만 아니라 국민 전반의 실생활에 걸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안으로 떠오른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물가 및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후플레이션에 대한 대응력을 차근차근 강화해나갈 때입니다.
 
김충범 산업2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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