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치솟는 채소값…소비자도 상인도 '울상'
장마 본격화와 함께 상추, 배추 등 가격 폭등
고통 겪는 계층 증가하지만…"뾰족한 방안 없어"
기후 리스크 대비한 장기적 방안 마련돼야
입력 : 2024-07-09 15:31:24 수정 : 2024-07-09 18:35:47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본격적인 장마철 돌입과 함께 채소 가격이 치솟으며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올 상반기 내내 먹거리를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은 꾸준히 확대돼온 실정이었는데요. 장마가 본격화하면서 상추, 시금치 등 식탁에 자주 오르는 채소류의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소비자들은 물론 상인들의 시름 역시 깊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채소류 물가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입니다. 올 여름의 경우 평년 대비 비가 많이 내릴 것으로 전망돼 농작물 침수 및 낙과 피해 사례가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고, 장마가 지나간다 해도 본격적인 폭염이 기다리고 있는 까닭입니다.
 
최근 주요 채소류 가격 변동 비교. (제작=뉴스토마토)
 
1주 새 14.7% 오른 상춧값…"구매 엄두 내기 힘들어"
 
이달 초부터 장마가 본격화하면서 잎채소류를 중심으로 채솟값이 급등하는 추세입니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적상추 소매가격은 100g에 1188원으로 불과 6일 전인 2일 1036원 대비 14.7% 올랐습니다. 아울러 이는 1개월 전 872원보다 36.2% 비싼 수준입니다.
 
같은 날 기준 배추의 경우 소매가격이 1포기에 4462원으로 이달 2일(3869원) 대비 15.3%, 전월(3636원)보다 22.7%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시금치는 1298원으로 지난 2일 1016원보다 27.6% 오르고, 1개월 전 755원 대비 무려 71.9% 폭등했습니다. 깻잎 가격은 100g이 2080원으로 1주일 새 1.3% 올랐습니다.
 
이처럼 채소류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전국에 걸친 호우로 침수 피해가 커지고 일조량 부족에 따라 시드는 채소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습한 날씨가 길어질수록 병해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품질 좋은 채소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집니다.
 
채소값 급등에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주부 이모씨(37·여)는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외식보다는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데, 배추, 시금치 등 품질이 올해 봄보다 훨씬 저하돼 있음에도 가격은 비싸 많은 양을 구매하기 어렵다"며 "장마가 길어진다는데 이마저도 지금 더 사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 김모씨(51·남)는 "상추 가격이 하도 올라 밑반찬으로 제공하는 상추 양을 줄여야 하는데 손님들 항의가 두려워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농산물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 하니 밑반찬 구성을 당분간 바꾸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장마 끝나면 폭염…"채소 가격 불안정 지속될 듯"
 
이처럼 채소류 가격이 치솟으며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상승하고 있지만, 지표 물가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는 모습입니다.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84(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 대비 2.4% 올랐는데요. 이는 지난해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입니다. 전기·가스·수도, 가공식품 등의 상승폭이 축소된 점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농·축·수산물 물가의 경우 지난달에도 6.5% 증가해 전체 상승세를 주도했습니다. 특히 사과(63.1%)와 배(139.6%) 등 과일 가격 강세가 지속됐는데요, 배의 경우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농·축·수산물 물가의 불안정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장마에 따른 피해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당장 내달부터 지표 물가가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특히 통상적으로 여름 휴가철의 경우 단기간 먹거리 수요가 폭증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물가 불안이 진정되기 힘들다는 지적인데요.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농산물 시장은 외생 변수가 즉시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산지에서 발생하는 생육 지연 문제는 정부의 체계적인 수급 안정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는 이상, 업계 입장에서 극복하기 쉽지 않다"며 "장마 시기가 끝난다 해도 폭염이 시작돼, 물가 불안 역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면 고통을 겪는 계층이 많아진다"며 "소비자들은 소비를 자제하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유통 업체들은 재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채소류를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상인들의 타격도 불가피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화하고 있는데, 이처럼 기후 변화가 이뤄지면 향후 농수산물 가격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부터라도 이 같은 기후 리스크를 감안한 장기적 차원에서의 채소류 수급 및 물가 대응 방안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채소 판매대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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