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이커머스 플랫폼, 폐업·미정산 위기
티메프 사태 파장, 중소 업계까지 빠르게 전이
이커머스 업계 신뢰도 바닥…폐업 속출 우려
"'제2 티메프 사태' 방지 방안 조속히 마련돼야"
입력 : 2024-08-19 15:36:33 수정 : 2024-08-19 15:36:33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큐텐(Qoo10) 그룹 계열사인 티몬·위메프(티메프)의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파장이 국내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 업계에 빠르게 번지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가구·가전제품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알렛츠가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를 공지하는가 하면, 쇼핑몰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인 셀러허브가 큐텐 계열의 이커머스 미정산 금액에 대해 정산을 해줄 수 없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인데요. 티메프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와 유사한 일방적인 폐업 및 미정산 통보 사례가 중소형 플랫폼들을 중심으로 우후죽순격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미 이커머스 업계에 대한 고객 및 셀러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알렛츠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셀러허브는 정산 불가 통보
 
티메프 사태가 확산하면서 중소형 이커머스 폐업 사례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알렛츠는 지난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부득이한 경영상의 사정으로 이달 31일 자로 서비스를 마치겠다는 공지를 갑작스레 내놨습니다.
 
오는 31일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공지한 알렛츠 홈페이지 모습. (자료=알렛츠 홈페이지)
 
알렛츠를 운영하는 인터스텔라는 지난 2015년 설립됐고 미디어 콘텐츠 및 프리미엄 쇼핑 플랫폼을 결합한 방식의 사업을 전개해 왔습니다. 하지만 인터스텔라는 최근 내부 공지를 통해 지난 15일 마지막으로 논의되던 투자 유치가 최종적으로 불발됐다고 회사 운영이 더 이상 어렵다고 부연했는데요. 최근 티메프 사태 후폭풍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점이 투자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인터스텔라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150억원을 넘겼지만 영업손실이 104억원에 달할 정도로 좋지 못한 실적 흐름을 보였습니다. 아울러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판매대금 미지급 금액은 267억원으로 전년(126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렇게 알렛츠가 갑작스럽게 입점 업체의 중간 정산일로 알려진 16일 폐업 선고를 내리면서 피해자들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상품 주문 후 배송 중단을 통보받은 고객들은 카드 결제 취소 등 환불을 촉구하고 있고, 알렛츠 입점 판매자들은 미정산 대금이 수백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인데요. 알렛츠의 정산 기일은 최대 60일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2개월간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한 사례가 있어 얼마든지 제2의 티메프 사태로도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들 피해 고객과 입점 판매자들은 알렛츠 고객 센터와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알렛츠 측의 답변은 없는 상황입니다. 이들은 다른 피해자들을 모아 오픈 채팅방을 개설한 상태로, 이미 수백명이 모여 관련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편 입점 판매자의 상품을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에 동시 등록하는 셀러허브는 최근 티메프를 비롯한 큐텐 계열의 미정산 금액에 대해 정산 불가 방침을 통보했습니다. 쉽게 이야기해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에서 판매 대금을 받기 전까지는 판매자들에게 이를 정산해 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같은 조치는 사실상 큐텐 계열사들의 정산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행됐다는 분석입니다. 티메프 사태의 판매자 피해 범위가 더욱 확산하고 있는 셈입니다.
 
유사 사례 증가 가능성…조속한 진압 방안 필요
 
문제는 티메프 사태 파장이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확산하면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특히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 중 이용자 수가 4~5위권이었던 티몬과 위메프가 한순간 무너진 가운데, 이에 자금력이 미치지 못하는 중소 업체들의 경우 이커머스 업계 신뢰도 하락 문제까지 얽히면서 도미노 도산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인데요.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상당한 규모를 자랑했던 티메프도 순식간에 회생불능의 단계로 접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 자체가 빠르게 냉각된 상황"이라며 "특히 이커머스 업계 특유의 불합리한 정산 시스템과 이에 따른 리스크가 대중에 여과 없이 공개되면서 시장 자체에 대한 회의론마저 대두되고 있다. 앞으로 자금 동원력이 부족한 중소 업체들의 경우 더욱 빨리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티메프 사태로 인해 중소 플랫폼들이 피해가 속출할 것 같다. 이번에 티메프 사태를 보고 이커머스 비즈니스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중소 플랫폼들의 폐업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관측했습니다.
 
아직 티메프 사태가 초기 단계인 만큼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방안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시장 전반에 걸쳐 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 업체들이 판매자 정산을 계속 못해주기 시작하면, 향후 중소 플랫폼을 중심으로 피해가 더욱 확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은 사태가 아직은 초기 단계인 만큼, 이를 빨리 진압할 수 있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성동구 소재 알렛츠 운영사 인터스텔라 앞에 알렛츠 포장용 박스가 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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