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AK몰까지…티메프 정산 리스크 확산
인터파크도서·AK몰 판매대금 정산 지연 시작
구영배 대표 가능성 언급…반나절 만에 현실화
소수 이커머스 강자로의 쏠림 현상 심화 예상
입력 : 2024-07-31 15:16:23 수정 : 2024-07-31 15:16:23
[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의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파장이 큐텐(Qoo10) 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큐텐 계열사인 인터파크도서, AK몰의 판매대금 정산도 지연되기 시작한 것인데요. 구영배 큐텐 대표가 국회에서 지연 가능성을 언급한 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현실화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는 실정입니다. 특히 큐텐 사태가 매듭지어지지 않는다면 판매자(셀러)와 소비자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업계는 이번 사태로 인해 신용도가 높은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만 선호하는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인터파크도서는 31일 "최근 발생한 티몬, 위메프의 미정산 영향으로 정상화 시점까지 인터파크도서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게 됐다"며 "인터파크커머스는 조속히 서비스 정상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지했습니다.
 
인터파크도서 서비스 일시 중지 안내문 모습. (자료=인터파크도서 홈페이지)
 
아울러 AK몰은 지난 30일 정산 관련 공지를 통해 "인터파크커머스가 운영하는 인터파크쇼핑, 인터파크도서, AK몰이 티메프 미정산 영향으로 판매대금을 수령하지 못했다"며 "일부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의 결제 대금 지급 보류 영향으로 판매대금 정산 지연이 발생하게 됐다"고도 설명했는데요.
 
인터파크도서는 큐텐 그룹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 산하 도서 전문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또 종합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인터파크쇼핑과 AK몰 역시 인터파크가 운영하는 플랫폼들인데요. 사실 이들 플랫폼은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되는 시기에도 정상적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하지만 판매자(셀러)와 소비자 불안감이 확대되며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가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월 주기인 티몬 및 위메프와는 달리 주간 정산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일부 PG사와 간편결제사가 인터파크커머스 판매대금을 묶어둠에 따라 자금이 돌지 않고, 결국 30일부터 일부 판매자들에게 정산을 하지 못하게 됐는데요.
 
문제는 앞서 30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한 구영배 큐텐 대표의 발언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날 구 대표는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도 정산을 못하거나 정산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한편 미정산 사태 파장에 따른 '인터파크' 브랜드 가치 저하로 인터파크트리플은 이들 업체와 아예 선 긋기에 나선 상황입니다. 야놀자 계열사인 인터파크트리플은 지난해 4월 쇼핑과 도서사업을 분할한 인터파크커머스를 큐텐에 매각했는데요, 인터파크의 브랜드는 인터파크트리플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인터파크트리플은 31일 인터파크커머스에 인터파크 브랜드 사용 계약 해지와 함께 브랜드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통보했는데요. 이는 정산 차질 문제로 인터파크 브랜드를 심각하게 훼손한 데 따른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피해 규모 확산 예상…이커머스 신뢰 저하 우려도
 
큐텐 미정산 사태가 비단 티메프에 머무르지 않고 계열 전반으로 확산하면 해당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와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피해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티메프의 미정산액은 최대 1조원으로 추산되는데요. 여기에 인터파크커머스가 운영하는 쇼핑몰과 AK몰까지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맞으면서 총 피해액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구영배 큐텐 대표의 '꼬리 자르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이렇게 되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원래 정산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받을 수 있어 더욱 큰 피해가 불가피한데요.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큐텐 그룹 경영진 입장에서는 큐익스프레스 등 그룹 내 주력 회사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싶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시간을 벌고 티메프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 채무 일부를 탕감 받고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 합법적으로 부실 업체를 정리하고 알짜만 살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티메프의 채무 탕감은 곧 피해자들이 대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없다는 뜻"이라며 "회생 불가 판단으로 티메프가 파산하면 대금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사태는 이커머스 시장 전반에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평소 편리하게 사용해 왔던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분위기입니다. 판매자들 또한 미정산 현실화로 큰 불안감을 느끼는 실정인데요.
 
소비자와 판매자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자금력을 갖추고 신용이 확실한 대형 업체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립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티몬과 위메프는 사실상 부도 상태로 더 이상 영업을 하기 어렵다"며 "이커머스 업체 중 부실한 곳은 걸러지고 쿠팡, 네이버 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 양강 체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이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 질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김성은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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