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구속 갈림길…카카오, 성장 제동 불가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22일 구속심사 출석
"최고 경영자 리스크, 곧 기업 전체의 리스크"
입력 : 2024-07-22 15:30:05 수정 : 2024-07-22 17:35:47
[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을 받으면서 구속기로에 섰습니다. 김 위원장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경쟁자였던 하이브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1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인데요. 김 위원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운신의 폭은 좁아질 전망입니다. 이에 카카오 내에서는 작년 말부터 박차를 가한 ‘경영 쇄신’ 노력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데요. 지배구조 정점의 부재가 현실화될 경우 미래 성장 동력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2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하는 등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습니다. 
 
앞서 카카오 변호인단은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해 SM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가 없다.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매수였다”라며 검찰의 시세조종 의혹에 반박한 바 있데요.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 42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검찰의 호송 차량에서 내린 후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를 인정하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김 위원장의 사법리스크는 카카오에 장기간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김 위원장이 기소된다면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는데요. 김 의장은 그간 경영쇄신 전면에 서는 동시에 대형 투자와 인수합병 추진 등 카카오의 굵직한 의사결정을 내려왔습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 혐의로 벌금형 이상을 확정 판결 받게 될 경우 카카오 법인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이 박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카오는 김 위원장의 사법리스크와 별개로 쇄신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입니다. 카카오 계열사는 이사회를 포함한 독립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요.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18일 주요 계열사 CEO 등이 모인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엄중한 현실 인식 하에 꼭 해야 할 일들을 과감히 실행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카카오는 현재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과정의 잡음 등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SM 인수 관련 검찰 조사와 모빌리티 회계 조작 관련 금감원 조사 등 사법 리스크로 경영진의 리소스가 분산됐다”라며 “재도약을 위한 공격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 사법 및 규제 리스크 해소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외에도 합병 등을 통한 카카오의 신규 성장 전략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김 위원장의 사법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의사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글과 페이스북처럼 기업을 합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들을 합병하고, 몸집을 줄이고 또 국민들과 함께 성장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계열사 쪼개기 성장을 하면서 국민들의 비판을 받았다”라며 “그러나 김 위원장이 카카오 그룹의 최고 경영자이기에 김 위원장의 리스크는 곧 기업 전체의 리스크가 된다. 수익성만 쫓은 결과인데,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 인공지능 도입을 통한 혁신 외에도 사회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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