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럽 외항사, 친환경 항공유 부담 여행사에 전가...최대 2천
캠페인·파트너십 명목…사실상 외항사 갑질 의혹
비파트너사 불공정거래 가능성 제기
입력 : 2024-07-22 15:29:54 수정 : 2024-07-22 17:35:22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유럽 국적 외항사들이 친환경 항공유(SAF) 부담을 국내 여행사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행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협약을 맺어 외항사들의 SAF 구입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22일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외항사들이 국내 여행사에게 업무협약을 통해 받는 비용은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계약 기간, 협약 진행 방식에 따라 금액은 달라지지만 한 번의 협약에 이 같은 금액을 요구한 뒤 협약 갱신을 통해 같은 비용을 지속적으로 받아내는 분위기입니다.
 
SAF는 폐식용유, 동물·식물성 기름 등으로 만든 친환경 바이오 연료입니다. SAF를 사용하면 탄소 배출량이 기존 항공유 사용 시보다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가격은 기존 항공유 대비 3~5배 높습니다. 때문에 SAF를 이용하는 항공사에서는 비용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내년부터 유럽연합(EU) 27개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비행기는 기존 항공유에 SAF를 최소 2% 이상 혼합해야 합니다. 의무 포함 비율은 2025년 2%,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점차 올라갈 예정입니다.
 
지난 2022년 5월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루프트한자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KLM 네덜란드 항공 등 유럽 국적 항공사들은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국내 여행사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취지로 시행되는 만큼, 여행사도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유럽 노선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외항사들은 여행사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좋은 관계를 맺어둬야 좌석 확보하기에도 용이합니다.
 
지난 2022년 하나투어는 루프트한자 그룹 항공사의 SAF를 여행사 최초로 구매 계약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에어프랑스, KLM과 SAF 프로그램’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하나투어가 출장 및 여행 상품 제공 시 항공편 운항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연간 추정한 후 원하는 규모의 연간 기여금을 조성하는 식입니다. 해당 기여금을 에어프랑스와 KLM이 SAF 구매에 사용하게 됩니다. 같은 프로그램엔 모두투어도 참가했습니다.
 
다른 여행사 측에도 외항사의 제안이 있었지만 이를 거절한 여행사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여행사 관계자는 "유럽 항공사들의 그린워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겉으로는 친환경 이미지 내세우면서 속내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여행업계에서는 외항사의 이 같은 독려가 '암묵적 강요'에 가까웠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유럽 외항사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파트너십을 체결한 측면이 있다"며 "외항사는 업무협약을 통해 항공사 측에 특가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영업적인 관계가 작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년부터 SAF 혼합 의무화가 되는데 실제로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 "여행사는 항공사와 갑을 관계다. 무언의 압박이 있어서 협약을 진행한 것이 맞다"고 덧붙였습니다.
 
업무협약 제안을 받지 못한 여행사는 이번 업무협약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항공유 가격이 올라가면 항공료를 올리면 되는 것인데 엉뚱한 여행사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 해괴한 일"이라며 "만약 업무협약을 맺은 여행사에게 특혜를 주게 된다면 불공정거래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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