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논란에 종이빨대·제지업계 '발칵'
"국내산 종이빨대 코팅은 생분해된다"
조사대상·조사방법 모두 국내환경과 동떨어져
제지연합회, 다음주 대책회의…수치·백서 마련 계획도
입력 : 2024-09-06 16:27:58 수정 : 2024-09-09 10:27:45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더 악영향을 준다는 보도가 나가자 종이빨대 업계와 제지업계 크게 반발했습니다. 각 업계들은 편향적인 조사라고 항의하며 대응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오후 전국종이빨대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종이빨대를 둘러싼 그린워싱 논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협의회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종이빨대용 코팅제는 생분해되며 독성이 없고 미세플라스틱이 없다. 8년간에 걸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매년 2회 및 수시 안전성 독성검사를 통해 안전하다는 시험성적서를 받고 있다"며 "매립 시 밥도 썩으면 곰팡이 등이 발생하고 이때 아플라톡신 등 독성이 생긴다. 플라스틱은 썩지 않으니 당연히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철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종이빨대 제조업계뿐만 아니라 제지업계, 식품 포장재 제조업계 등 산업계 전반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혼선을 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29일 국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로 인한 친환경제품 생산 피해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홍 소장은 "문제가 많아서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로 운을 뗀 뒤 "환경부가 미국 전과정평가(LCA)를 국내 LCA를 통해 결론을 내린 것처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국내 종이빨대 제조업체는 비닐코팅을 사용하지 않고 있고 생분해성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해외 자료만 정리한 기사는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 위한 국내 업계에 대한 모독"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국내 자료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폐기물 소각 시 종이빨대가 플라스틱빨대의 70% 내외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며 "LCA 계산은 시나리오 및 근거자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따라서 외국의 연구결과를 국내에 바로 적용시킬 수 없다. 국내에 연결시키려면 국외 연구의 산정근거와 국내 상황을 면밀하게 비교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종이빨대를 제조하는 제지업계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6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제지업계 역시 종이빨대의 유해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유해성을 살펴보기 위한 방법, 조사 대상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합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국내산 종이빨대의 경우 친환경 수용성 코팅액을 적용해 염소, 황산 등 화학 오염물질을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은 물론, 땅 속에 묻히더라도 60일이면 생분해되는 등 친환경성을 갖췄다"며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양만을 가지고 종이빨대를 환경오염 제품으로 단정내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원료 조달 등 제품 생산 과정을 포함해 재활용성, 안전성 등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제지업계 관계자는 "풀도 땅에 묻으면 유기물이기 때문에 분해가 되면서 유독성 물질이 생기는 것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종의 현상"이라며 "플라스틱은 썩지 않고 가만히 있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며 관련 정책을 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지업계는 공동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다음 주에 대책회의를 진행합니다. 대책회의에서는 종이빨대 그린워싱 논란에 대한 향후 대응방안을 의논할 예정입니다. 또 한국제지연합회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종이빨대 제품의 친환경성을 알리기 위해 친환경을 증명할 수 있는 수치 등을 개발할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친환경 종이빨대에 대한 길라잡이나 백서 등을 만들어 올바른 이해를 돕는 방안도 모색 중입니다. 그린워싱 논란에 논리적으로 대비하는 차원입니다.
 
앞서 지난 4일 한 매체는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환경부 용역보고서에 대해 다뤘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를 각각 생산해 사용하고 폐기하는 순간까지 LCA한 결과 종이 빨대가 유해 물질 배출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가 논란이 되자 같은 날 환경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일부 언론에 보도된 종이빨대 환경영향 관련 연구용역 내용은 해외 연구사례를 수집·취합한 것으로, 국내 생산 종이빨대와는 관련이 없다"고 못박고 "2018년도 한국소비자원은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종이빨대 전 제품에서 납·비소·포름알데히드·형광증백제·벤조페논 등 유해물질이 불검출돼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변소인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