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법제화)②미국은 '자율규제', EU는 '사전규제' 초점
미국, 대통령 중심 AI행정명령
중국, 미국과 AI 패권 다툼
EU, 사용자 중심 규제
입력 : 2024-07-26 06:00:11 수정 : 2024-07-26 06:00:11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AI 기술은 순식간에 빠르게 확산하며 전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AI 법제도 글로벌 동향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2019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AI 기술과 관련해 각 나라들은 기존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협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AI 전문 국제기구가 출범하고 이 아래서 개별 국가 단위 협력이 활성화 됐습니다. 
 
하지만 2022년 이후 나라별 경쟁이 심화되고 미국과 중국 간 경쟁 구도가 가시화되면서 블록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EU는 각기 AI를 국가안보와 패권 경쟁의 핵심 요소로 지목하며 기술 및 어젠다와 관련해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AI 리더십이 크게 세 축으로 갈리면서 각 국도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인데요. 이 같은 고민의 결과는 개별 국가나 지역 단위 디지털 FTA 체결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AI 국제 협력 동향을 살펴보면 각 나라별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데요. '인공지능 국제협력 현황 및 특징 분석'에 따르면 AI 연구에서 국제 공동연구 비중은 작년 2000년 38%에서 2023년 52%로 증가했습니다. 선도국 미국(48%), 중국(32%)에 비해 추종하는 국가 영국(72%), 싱가포르(78%), 캐나다(70%)의 공동연구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AI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도 국제 동향에 민감하게 촉을 세워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대통령 중심 대응, AI '자율규제'
 
미국은 중국과 AI를 두고 패권 다툼을 하다보니 대통령을 중심으로 기존 법제 내에서 AI로 인한 변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미국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작년 10월30일 책임 있는 인공지능 혁신에 관한 포괄적 전략인 '안전·보안 및 신뢰 할 수 있는 인공지능에 관한 행정명령(AI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연방기관 등은 AI 행정명령의 8가지 '원칙 및 우선순위'에 따라 AI 개발·이용을 발전시키고 관리합니다. 
 
AI 행정명령 제4조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보안 조치 명목으로, 인프라 분야 인공지능 사용 위험성 평가, 화학·생물·방사선·핵의 인공지능 사용 가능성과 위험성, 금융, 보안, 합성 콘텐츠 등으로 분야를 나누고 있습니다. 제5조는 혁신·경쟁 촉진을 위한 것으로, 연구 자원 지원, 인재 유치 및 양성, 기업 지원 및 저작권, 대회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외에도 근로자 지원(제6조), 형평성 및 시민권 증진(제7조), 소비자·환자·승객·학생의 이익 보호(제8조), 프라이버시 보호(제9조) 등의 가치를 행정명령에 담아냈습니다. 
 
AI행정명령은 모든 분야에서 연방기관이 대응하도록 하고 계획 수립 및 지침 마련 등 구체적 이행 기간을 제시해 추진력과 이행력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기술 개발, 생성형 AI 등 이용에 따른 위험 대응 등 신뢰성 기반 조성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중심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성엽 고려대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 행정명령은 연방 기관에 대해서 명령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B2B(기업과 기업 사이 거래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같은 것"이라며 "일반 소비자나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한 명령이 아니기 때문에 연방 기관이 일종의 가이드를 정하면 간접적으로 기업들이 따르게 되기 때문에 일종 자율규제 형식이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국, 체제 흔들지 않으면 뭐든지 가능
 
중국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AI 전략을 수립하고 주요 정책을 진행 중입니다. 2015년 국무원이 발표한 '인터넷 플러스의 적극적인 추진에 관한 지도의견'에서 밝힌 11대 중점 영역 중 '인터넷+인공지능' 부분이 그것입니다. 2017년 7월 203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전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비전을 담은 중국의 첫 AI 국가 전략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규획'도 발표했습니다.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규획은 1단계 기반 조성 윤리·법규 초안 마련, 2단계 AI 활용한 국가산업 고도화, 윤리·법규 제정, 3단계 세계 1위 도약 및 유관 산업 10조위안(약 1895조원) 달성 계획을 담았습니다. 
 
중국은 2018년 이후 인공지능 표준화, 규제·윤리 지침 제정에 초점을 맞춰왔는데요. 2023년 초 생성형 AI인 쳇GPT가 급부상하자 생성AI 서비스 관리 잠정 지침, AI 윤리 거버넌스 표준화 지침을 각각 작년 7월, 9월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자국의 AI 고도화를 꾀하는 한편, 챗GPT에 대한 경계 또한 높이고 있는 셈입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중국은 기본적으로 규제가 딱 하나로 자신들의 체제만 흔들지 않으면 뭐든 가능하다"며 "중국 내 모든 기업이 국영기업처럼 되어 있고 중국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다보니 14억명의 인민의 데이터를 얼마든지 가져다 쓸 수 있기 때문에 미국보다 훨씬 발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국기가 게양돼 있는 모습.(장자커우·AP=뉴시스)

 
EU, 역외까지 적용 범위 확대한 규제
 
유럽연합(EU)은 2018년 주요국의 AI 전략 발표가 잇따르자 2018년 4월 EU 회원국 25개국 간 AI 협력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같은 해 AI 공동 계획도 제시했습니다. 
 
AI 공동계획은 미국·중국 대비 낮은 AI 투자 수준을 2020년까지 연 200억 유로(약 30조원) 수준으로 제고, AI 지원을 위한 유럽 데이터 공간 제공, 2019년까지 모든 EU회원국의 국가 AI 전략수립 요청, 인재 육성, 윤리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AI개발과 사용을 위한 지침 정립을 과제로 담았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유럽의회가 2023년 6월 세계 최초로 AI를 규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는 점입니다. EU 인공지능법안은 법정 조직의 하나로 'AI 오피스'를 명시하고, 조직 또는 기관이 아닌 집행 위원회로서의 기능을 강조합니다. 'AI 오피스'를 통해 권고, 지침 등 연성 규범 마련을 전문적으로 지원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 수준에 대응해 신속한 규제 변화를 도모하도록 했습니다.  
 
EU 인공지능법안은 금지되는 AI 업무, 고위험 AI 시스템, 특정 AI 시스템 공급·배포자의 투명성 의무, 범용 AI 모델, 혁신 지원 조치, 거버넌스, 고위험AI 시스템 위한 EU 데이터베이스, 사후 시장 모니터링 정보 공유 및 시장 감독, 행동강령 및 지침, 권한 위임 및 위원회 절차, 벌칙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EU는 AI 생태계를 고려해 AI법 준수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촘촘한 이행·확인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EU 역외에 있는 AI 시스템의 결과물이 EU에 사용되는 경우 해당 시스템의 공급자, 배포자에게도 AI 법이 적용된다고 명시하는 등 적용 범위를 확대시켰습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EU도 처음 법안을 만들 때 프랑스나 독일같이 빅테크 기업을 갖고 있는 나라가 반대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밝혔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청사.(브뤼셀·AP=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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