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로 장밋빛 미래 그리던 이커머스…현실은 '온도차'
컬리·오아시스, IPO 재추진 움직임에 눈길
유동성·수익성 악화로 허덕이는 곳도
이커머스 IPO 배경에는…"지속적 투자가 살길"
입력 : 2024-07-24 16:51:02 수정 : 2024-07-24 17:02:11
 
[뉴스토마토 김성은·이지유 기자] 국내 이커머스업계가 고사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업체들의 실정은 희비가 엇갈립니다.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문제로 발등의 불을 끄기 바쁜 곳이 있는가 하면 사업을 키우고 실적 개선에 주력하며 IPO를 위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곳이 있습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새벽배송 전문기업 컬리는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 5381억원, 영업이익 5억원을 시현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8% 증가했으며, 308억원의 영업손실을 떨쳐내고 회사 설립 9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연결 기준 매출은 5392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늘었고, 영업손실은 305억원에서 1억9000만원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컬리는 지난 2021년 47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받으며 상장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1월 주식시장 약세로 IPO를 철회한 바 있습니다. 분기 영업 흑자로 IPO 재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오는 상황인데요.
 
사업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익일 아침까지 배송하는 새벽배송 가능 지역을 호남권과 제주도로 확장하고, 1시간 내로 상품을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 '컬리나우'를 론칭하며 이커머스 사업의 핵심인 배송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무료 멤버십 제도를 폐지하고 유료 멤버십 혜택을 한층 늘리는 동시에 뷰티 제품 플랫폼인 '뷰티컬리'에 공을 들이며 신선식품 전문 플랫폼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죠.
 
다만 컬리의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이 IPO의 걸림돌로 여겨집니다. 2022년 IPO를 추진했던 당시 김 대표의 낮은 지분율이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분기 보고서 기준 김 대표는 5.6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도 IPO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을 위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며 이커머스 1호 상장사를 노렸으나 수요예측 결과 부진으로 상장 계획을 연기했는데요. 당시 기관투자자들은 희망 공모가 범위(3만500~3만9500원)보다 낮은 2만원 안팎을 책정했습니다.
 
오아시스가 이커머스업계 3위인 11번가 인수 의지를 피력하면서 체급 높이기에 나선 모습입니다. 시장에서는 11번가 인수를 통해 오아시스가 기업 가치를 높여 IPO를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오아시스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289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2.4%, 영업익은 596% 뛰었습니다.
 
택배기사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컬리·오아시스 '맑음'-큐텐·11번가·SSG닷컴 '흐림'
 
티몬, 위메프 등을 자회사로 둔 큐텐그룹은 얼떨결에 IPO 계획을 밝혔는데요. 지난 17일 내놓은 판매자 정산 지연에 대한 입장문에서 "1개월 이상 정산이 지연된 파트너의 경우 큐텐 또는 위메프, 티몬 상장 시 큐텐그룹 직원의 우리 사주 구매 조건과 동일한 수준으로 정산 지연금의 50%까지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큐텐은 정산 지연 사태를 해결하기도 벅찬 상황입니다. 위메프와 티몬 입점 판매자에 대한 대금 정산을 비롯해 소비자 환불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부 상품 판매도 중단됐습니다. 피해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단기간 국내외 이커머스 업체를 인수하며 몸집 불리기에 주력했던 큐텐이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올 6월 나스닥에 상장할 구상이었으나 상장 지연으로 유동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입니다.
 
2021년 주관사를 선정하며 IPO를 준비했던 11번가와 SSG닷컴은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11번가는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로 서울에서 광명으로 본사 사옥 이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SSG닷컴은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정비에 나섰습니다.
 
이커머스 업체의 적극적인 IPO 추진 배경에는 생존을 위한 자금 조달이 주효합니다. 초기 투자 비용이 커 자금 조달이 절실한 데다 지속적인 투자로 서비스를 강화하고 플랫폼 이용자 수를 늘려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급성장하며 주목받았던 이커머스업계가 지금은 과도기에 접어들고 치열한 경쟁으로 존폐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사업 지속성에 의문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은 만큼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창구는 더욱 좁아진 판국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IPO를 위해서 우선 사업 안전성이 중요한데 이커머스 특성상 소비자가 마음에 안들면 빠르게 고객 이탈 현상이 발생하는 리스크가 크다"면서 "다수 회원 확보와 규칙적인 매출, 배송 인프라 확보 등을 균형있게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려운 만큼 IPO 추진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성은·이지유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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