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순살아파트' 낳은 LH 감리담합 68명 무더기 기소
중앙지검, 수천억대 공공입찰 비리 적발…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LH 발주용역 79건, 조달청 발주용역 15건 대한 부당 공동행위
입력 : 2024-07-30 17:32:54 수정 : 2024-07-30 17:32:54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검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조달청의 '건설사업 관리용역(감리) 입찰 담합' 의혹 사건에 연루된 업체와 관계자들을 재판으로 넘겼습니다. 감리 업체 선정 과정에서 '좋은 점수'를 부탁하기 위해 건넨 수천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심사위원 등도 수사해 총 68명(구속 7명 포함)을 기소했습니다. 2023년 철근 누락에 따른 지하주차장 붕괴로 '순살 아파트' 오명을 얻은 인천 검단 자이 아파트, 2022년 붕괴 사고가 난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의 감리업체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적발된 부정부패 범죄의 실체를 확인한 만큼, 적극적인 몰수·추징을 통해 불법 이익을 완전히 박탈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기존 입찰방식의 제도적 개선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도 나서기로 했습니다. 
 
김용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30일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감리입찰 담합'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30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는 LH와 조달청이 발주한 감리 입찰에서 '용역 나눠갖기' 방식으로 담합한 혐의를 받는 감리업체 17곳과 임직원 19명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2019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낙찰자를 미리 정해 들러리를 서주는 방식으로 △LH 발주 용역 79건(계약금액 약 5000억원) △조달청 발주 용역 15건(계약금액 약 740억원)에 대해 부당 공동행위를 한 겁니다. 
  
또 이들 업체는 국토교통부가 입찰 심사에서 가격보다 기술력 위주로 평가하는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를 도입하자 심사의원들에게 금품과 함께 청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심사위원의 정성평가 비중이 늘어나자 심사위원들에게 해당 업체에겐 좋은 점수를, 경쟁 업체에게는 낮은 점수를 부탁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은 낮은 점수를 이른바 '폭탄'이라고 칭했습니다.
 
금품을 받은 교수·공무원 등 수수자만 18명, 공여자는 20명에 달합니다. 수수금액은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8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이들을 특가법위반·뇌물공여죄로 기소하고, 뇌물액 6억5000만원 상당에 대한 추징보전조치를 완료했습니다. 
 
(이미지=서울중앙지검 제공)
 
로비 과정은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주요 감리업체들은 LH 전관을 채용하거나 담합을 위해 학연 등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감리업체들은 블라인드 평가 과정에서도 심사위원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업체별로 '상상e상', 'Master Key' 등 상징 문구를 정해, 포스터 등에 활용했습니다. 
 
감리업체는 심사위원 선정일에는 청탁 및 금품 교부를 위해 전국에 영업 담당자들을 배치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했고, 심사위원들은 감리업체와 직접 만나 현금으로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업체끼리 경쟁을 붙여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검찰은 국가재정으로 마련된 공공·임대아파트나 병원, 경찰서 등 공공건물의 건축비용이 '불법적 로비 자금'으로 이용되었고, 그 결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감리의 부실로 이어졌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감리업체들이 고액의 뇌물비 자금을 조성키 위해 감리현장에 충분한 자금을 투입할 수 없게 되고, 기술력이 없는 업체들도 뇌물을 통해 용역을 낙찰받음으로써 전반적인 현장 감리부실 및 안전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검찰은 "향후 동종 범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등 3개 유관기관과 협의회를 개최해 현행 입찰제도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며 "특정 용역에 선정된 심사위원 명단을 비공개하고, 발주처 지침 및 입찰 공고문 등에 심사위원-입찰업체 간 사전 접촉금지, 법 위반 땐 제재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8월, 검찰은 LH 출신 직원들을 채용한 한 전관 업체의 입찰 비리 의혹을 수사했는데 1여년 만에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겁니다. 한편 LH 전관 채용에서 불거지는 문제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관이다 보니 낙찰 등에 대해 노하우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기업의 경우 3년간 취업제한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현장 관리직으로 빼버리거나 비상근직 등 회피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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