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이진숙 임명 '속전속결'…야, '탄핵'
방통위로 바로 출근…대통령 몫 김태규 부위원장도 임명
공영방송 이사 선임 착수…민주, 고발·탄핵 맞불
입력 : 2024-07-31 19:00:00 수정 : 2024-07-31 19: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야당의 '부적격' 의견을 무시한 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 방통위를 다시 가동시켰습니다. 이로써 5인 상임위원 합의제 독립기관인 방통위는 대통령 추천 몫 '2인 체제'로 즉각 전환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이진숙 위원장은 공영방송 장악에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임명장 수령도 생략한 채 방송통신위원회로 곧바로 출근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 업무에 착수했습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윤석열정부의 '언론장악' 폭주에 반발하며 '이진숙 탄핵'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정국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시계 제로'에 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사진)
 
닷새 만에 '2인' 체제 재가동…"언론장악 폭주"
 
윤 대통령은 31일 오전 이 위원장의 임명안을 재가했습니다. 전날 국회에 단 '하루' 짜리 기한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임명을 강행한 것인데요. 현 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장관급 인사)한 25번째 인사였습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 임명장 수여, 현충원 참배 등 전임 위원장들이 통상적으로 거쳤던 절차도 거치지 않고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방통위 집무실로 출근했습니다. 정부의 공식 임명 발표가 있기 전 이 위원장에게만 임명안 재가 사실이 먼저 전해졌고, 공백의 방통위 재가동을 명분으로 곧장 사무실로 직행한 겁니다. 
 
윤 대통령은 이 위원장 임명과 함께 대통령 추천 몫의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김 부위원장을 임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의 사퇴로 '0인 체제'가 된 지 닷새 만에 '2인 체제'로 부활했습니다.
 
대통령의 '속전속결' 임명에 민주당 등 야권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유례없이 사흘간 진행된 청문회에서 이 위원장의 각종 비위와 부적절한 언행 등 부적격 사유가 충분히 드러났음에도 '방송 장악'을 위해 폭주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앞서 국회 과방위는 지난 29일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민주, '법카 유용 의혹' 고발…탄핵도 예고
 
민주당은 이 위원장을 '최악의 인사', '최악의 공직자'로 규정하고 정부의 방송장악 저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동원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우선 인사청문회 기간 중 드러난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해 이 위원장을 대전MBC 재직 당시 관할 경찰서인 대전경찰서에 고발키로 했습니다. 국회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방통위원장의 공직윤리와 도덕성을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이진숙 위원장은 엄중하게 조사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발의할 예정입니다. 앞서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의 탄핵을 당사자들의 자진 사퇴로 실행하지 못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좀 더 기민하게 움직인다는 방침인데요. 이 위원장이 '2인 체제' 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본격 착수할 경우, '방통위 2인 체제 불법성'을 지적했던 법원의 판결 등에 근거해 탄핵소추안을 발의, 본회의에 보고한다는 계획입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방통위가 전체회의를 열어 한국방송공사(KBS) 이사 추천 및 방문진 이사 임명에 관한 건 등을 의결함에 따라 1일 본회의를 여는 방향으로 이 위원장의 탄핵 절차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진숙, 탄핵 정면돌파?…"버틸 재간 없을 것" 
 
다만, 이 위원장은 전임자들과 달리 야당의 탄핵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탄핵소추안 발의→방통위원장 자진사퇴→신임 방통위원장 임명'으로 이어지는 야당의 계획에 말려들지 않고 방통위를 장악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과방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위원장이 탄핵안 발의에도 사퇴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응수했는데요. 김 의원은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쫓아낸 윤석열정부이기 때문에 (이 위원장이) 기소되는 것만으로도 버텨낼 재간이 없다"며 "(헌재 판결로) 6개월 공백이 생길 텐데,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는 또 "헌재 판결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벌어졌던 많은 일들이 다시 한 번 공개될 것"이라며 "이 위원장이 MBC 근무 당시 국가정보원과 결탁해 방송장악을 하려 했던 수많은 범죄 행각이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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