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제재·규제 늪…속타는 플랫폼
공정위, 당근에 전상법 위반 제재 착수
'통신판매중개업' 쟁점…최종 제재 시 논란 불가피
한기정 위원장 '자율 규제' 방침과 배치 지적도
'티메프' 발 몰려오는 플랫폼 '규제 먹구름'
"티메프 사태, 전체 플랫폼에 일반적인 규제법 도입은 과도"
입력 : 2024-08-02 16:30:45 수정 : 2024-08-05 09:35:42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최근 플랫폼을 향한 정부의 제재 칼끝이 날카로워지고 국회 차원에서 규제 움직임이 도드라지면서 업계가 한숨만 내쉬고 있습니다. 소비자·이용자 보호 측면의 규제는 필요하지만, 플랫폼 산업 전반이 문제라는 인식과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낡은 제재에 시름만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사진=당근마켓 제공)
 
2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역생활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마켓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등 제재 의견을 담을 심사보고서를 발송하며 제재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공정위는 통신판매업으로 신고·등록 된 당근이 통신판매중개업을 영위하면서 현행 전자상거래법(전상법)상 판매자의 신원정보 제공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신판매중개자는 판매자의 성명·생년월일·주소·전화번호 등을 수집해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공정위는 당근이 법이 정한대로 소비자 보호와 분쟁해결 대응을 위해 모든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개인 간(C2C) 중고거래 서비스가 주력인 당근은 전화번호 인증만 하면 가입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요. 지역생활 커뮤니티를 근간으로 하는 만큼 지역 업체가 입점해 기업과 개인 간(B2C) 거래가 이뤄지는 당근 비즈니스사업도 영위합니다. 당근은 해당 사업을 위해 당근은 해당 사업을 위해 지난 20161통신판매업신고를 마쳤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공정위는 당근이 통신판매업으로 신고했기 때문에 전상법으로 규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업계는 당근이 일부 서비스를 위해 통신판매업으로 신고했을 뿐 중고거래 같은 C2C 서비스는 전상법 규율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공정위가 심의를 통해 당근의 위반 행위에 대해 최종 제재를 결정하게 된다면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 각종 논란이 불가피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공정위는 지난 2021년 전상법 개정안 추진 당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당시 공정위는 플랫폼 업체들은 중개자라는 이유로 법적 면책을 받고 있고 소비자 피해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업체가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수집하고 분쟁 발생 시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했는데요. 공정위는 C2C 플랫폼 업계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무너질 수 있다는 반발이 거세지고 개인정보위원회마저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따른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자 전화번호만 수집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공정위가 당시와 비슷한 취지의 제재 칼을 꺼내들자 C2C 플랫폼 업계의 시름만 깊어집니다. 업계 관계자는 당근이 통신판매업으로 신고가 됐기에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C2C 서비스도 무조건 따르라는 것이라며 “(공정위가) 현실은 보지 않은 채 굉장히 원칙적으로 판단을 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더구나 이번 공정위의 당근에 대한 제재 추진은 지난해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C2C 분쟁과 관련해 밝힌 자율 규제방침과도 다소 배치됩니다. 지난해 11월 한 위원장은 개인 간 거래는 사업자와 소비자 간 거래를 규율하는 소비자보호법 적용 영역은 아니지만 플랫폼 사업자들과 협의해 문제 해결 방안을 고민하겠다라며 플랫폼 사업자들이 분쟁 해결 기준을 스스로 만들어 이용자에게 미리 알리고 분쟁 해결을 위한 공정·투명한 절차를 마련해 운용토록 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이 같은 자율 규제방침을 뒤로한 채 당근에 모든 신원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다는 법 위반 취지의 제재에 착수하자 업계에서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C2C 사업자에게 전상법의 규정에 따라 판매자 신원 정보를 수집·제공 하라는 것은 현행법의 해석상 좀 무리가 따른다고 보인다라며 규제의 필요성 측면이라면 입법 개선이든 가이드 형식이든 자율 규제 방식을 고려해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티몬 본사 건물 (사진=연합뉴스)
 
티메프사태…플랫폼에 몰려오는 규제먹구름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플랫폼 생태계 전반을 드리우는 규제 먹구름에 업계의 우려도 큽니다. 현재 국회는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정산 지연 사태의 원인 해결과는 무관한 플랫폼 전반을 옥죄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온라인 플랫폼의 이용약관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서비스 알고리즘 불투명 적용’, ‘약탈적 가격설정등을 제안 사유로 들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의 원인은 기업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것들이 문제였는데 발의된 법안들을 보면 본질과 다르다라며 왜 갑자기 티메프 사태를 지렛대 삼아 플랫폼을 규제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지난달로 예고된 공정위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에 대한 제재 발표가 늦어지면서 결국 국내 플랫폼 산업만 옥죄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고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교수는 티메프 사태로 인해 마치 전체 플랫폼에 대한 일반적인 규제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 좀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사실 중소형 플랫폼에서 일어난 사고로 재무 건전성이나 판매 정산 주기 같은 것을 체크할 수 있는 제도적인 미비점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전자금융거래법이나 전상법 일부를 보완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맞지 이를 확대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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