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뚝, 대출금리 쑥…은행, 남몰래 웃는다
예대금리차 확대에 이자 마진↑
입력 : 2024-08-08 15:45:45 수정 : 2024-08-08 19:24:04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내린 상황에서 대출금리는 오히려 올리면서 예대 마진을 키우는 방식으로 배를 불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는데요. 이런 현상은 가계부채를 손쉽게 관리하려는 금융당국의 개입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은행권 대출금리 줄인상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시장 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반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대출 금리가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고정형·주기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은 지난 7일 3.216%로 한달 새 0.2%포인트 가량 낮아졌습니다. 지난 5일에는 연중 최저인 3.101%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변동형 주담대의 준거금리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 5월 일시적으로 반등하기는 했지만 한달 만에 다시 떨어졌습니다. 6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달보다 0.04%포인트 하락한 3.52%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금리 인하 흐름에도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습니다. 시장금리가 낮아지면 대출금리도 낮아지는 흐름을 보이는 것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입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 주담대 금리는 고정형 연 3.106~5.62%, 변동형(신규 코픽스 6개월 기준) 4.28~6.52%입니다. 고정형과 변동형 금리 하단이 각각 0.2%포인트, 0.13%포인트 올라갔습니다. 
 
은행들은 이달 들어 대출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총 5차례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이달 2일 모든 유형의 전세대출 금리를 0.3%포인트 상향 조정했습니다. 또한 이날부터 KB주택담보대출(변동·혼합)과 KB일반부동산담보대출 금리도 0.3%포인트씩 올렸습니다. 지난달 29일부터 다주택자 주담대까지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달 간 대출금리를 4차례 인상한 우리은행은 5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이어 오는 12일부터 대면·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4%포인트 인상합니다. 2년 고정금리 전세자금대출도 0.2~0.25%포인트 올리기로 했습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 3차례에 걸쳐 대출금리를 올린 바 있는데요. 이달 7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하고 전세대출 금리는 유형별로 0.1~0.3%포인트 올렸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자장사' 부추기는 당국
 
이 같은 현상은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따라 은행권이 앞다퉈 가산금리 추가, 우대금리 축소 등을 통해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렸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9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 반면, 여전히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입니다.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 랠리에도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715조7383억원으로 6월 말 708조5723억원 비해 7조1660억원 늘었습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9월로 미뤄짐에 따라 당국은 은행 대출금리 조정을 통해 수요 감축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초 은행장 간담회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는 올리고 있지만 예금 금리는 낮추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지난 5일 정기예금 금리를 0.15~0.2%포인트 하향 조정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 정기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 적립식예금 금리를 0.05~0.2%포인트 낮췄습니다. 오는 16일부터 신한 ISA 정기예금 금리도 0.05%포인트 하향합니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5일 일반정기예금과 자유적립정기예금 3년 만기 상품의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습니다.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수신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소비자들은 정기예금 가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09조3403억원으로 전달 말 보다 18조1879억원 늘었습니다.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5월부터 석 달 연속 늘고 있습니다.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커지면서 은행의 '이자장사'만 돕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예대금리차가 커지면 은행은 이자이익이 늘어납니다. 반면 고객은 예금이자는 줄고 대출이자가 늘어납니다. 은행들은 당국 정책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스트레스 DSR 규제도 미뤄둔 상태에서 은행에만 금리 올려서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라고 요구하는 셈이라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시중은행이 조달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는 올리는 반면 수신금리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어 예대금리차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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