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방통위' 장기화…차일피일 미뤄지는 빅테크 독점 철퇴
EU·미국, 빅테크 독점 행위에 압박 수위 높여
한국, 주무부처 공백 상황에 독점 행위 제재 불가능
입력 : 2024-08-08 16:19:59 수정 : 2024-08-09 10:56:50
[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세계 각국이 빅테크 기업의 독점 철폐를 위한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만들면서 빅테크 기업의 독점 행위를 막기 위한 초석을 다졌는데요. 하지만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식물 상태’로 전락하면서 인앱 결제 강제 행위에 대한 제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31일 서울 강남구 애플스토어 강남에서 정식개점 시간에 앞서 한 외국인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5일(현지시간) 구글이 부당한 독점 행위를 금지하는 ‘셔먼 반독점법’ 제2조를 위반했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구글은 독점 기업이며, 이러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독점기업으로서 행동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EU 역시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 하나인 애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요. EU는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방식이 지난 2022년 12월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억제하기 위해 제정된 디지털 시장법(DMA) 위반에 해당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에 애플은 EU 국가에서 IOS용 앱을 자사 앱스토어뿐 아니라 개발자의 웹사이트에서 배포하는 것을 허용할 계획입니다. 애플의 ‘백기’를 받아낸 EU의 DMA는 빅테크의 시장 불공정 행위에 대해 연 매출액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지난 2021년 8월 세계 최초로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을 통과시키는 등 반독점 규제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다만 현행 국내법은 빅테크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연 매출액의 최대 2% 이하로 과징금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장의 부재로 빅테크에 대한 제재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야권이 주도한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헌법재판소에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 인용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릴 때까지 방통위는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로 운영됩니다. 방통위는 합의제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보니, 전체회의를 통해 대부분의 업무가 진행되는데요. 방통위의 의결 정족수인 2인을 채우지 못해 주요 안건에 대한 심의 및 의결이 불가능합니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구글과 애플이 소비자들에게 자사 앱 마켓에서의 인앱결제를 강제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각각 475억원, 20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그러나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제재가 미뤄지는 동안 이들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7월 기준 유튜브 뮤직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734만명을 기록하면서 토종 플랫폼인 멜론의 MAU(704만명)를 제쳤는데요. 유튜브 프리미엄 ‘끼워팔기’ 꼼수로 사용자를 늘려온 유튜브뮤직은 음원플랫폼이지만 유튜브의 ‘결합서비스’로 분류됩니다. 이에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을 준수하지만 유튜브뮤직은 정산 방식 등에서 다른 기준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이에 주무부처인 방통위의 정상화를 위한 정치권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산업 내에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있는데 기업들이 경영활동을 할 수 있게끔 판을 깔아주고 규제 등 여러 여건 및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주무부처”라며 “이러한 주무부처의 공백 상황이 결국 독과점 문제 등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받거나 경영 활동에 차질을 준다면 정부 부처 본연의 업무를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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