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저축은행 M&A)②3세 승계 시동 건 한화…저축은행 활용법은
승계 구도 걸림돌 가능성에 매각 거론
인수합병 아닌 그룹 내 이동 가능성도
입력 : 2024-08-16 06:00:00 수정 : 2024-08-16 16: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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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한 무더위가 무색하게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에 머물러있다. 투자업계는 올 상반기부터 활발하게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거래는 전무하다.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하락해 M&A 적기로 봤으나 어느 매물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IB토마토>가 회사별 속사정과 외면받는 이유를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한화저축은행이 매각 기로에 놓였다. 한화(000880) 그룹 승계작업에 미칠 영향 때문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한화저축은행은 기존 한화생명 중심의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있어 계열사 지분 정리가 필수기 때문이다.
 
한화빌딩 전경(사진=한화)
 
금융계열사 중 '나홀로' 
 
13일 한화에 따르면 한화의 금융계열사는 한화저축은행을 비롯해 7개다. 한화저축은행을 제외한 한화 금융계열사들은 모두 한화생명(088350) 아래에 두고 있다. 한화생명 주요 종속 회사로는 한화자산운용과 한화손해보험(000370), 캐롯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003530),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등이 있다. 한화저축은행만이 한화글로벌에셋이 100% 지분을 소유한 한화솔루션(009830) 손자회사다.
 
 
 
한화생명은 김승연 회장의 둘째 김동원 사장이 생명보험사와 산하 금융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2020년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 전무 등을 거쳐 지난해 사장 자리에 올랐다. 한화 계열 금융사들이 모두 한화생명 산하에 있다 보니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 형제 중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우주 항공과 방산, 에너지 등을 총괄하는 한화 그룹 승계 구도 정점에 있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김 부회장이 추진하는 에너지 사업의 주축 계열사다. 한화저축은행이 금융 계열사임에도 한화솔루션 산하에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김동원 사장보다는 김동관 부회장의 영향력이 크다. 
 
한화저축은행이 한화생명 품 밖에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원회는 한화그룹의 저축은행 인수를 인가했고, 한화그룹 5개 계열사는 한화저축은행 전신인 새누리상호저축은행의 지분 90%를 인수했다. 당시 한화건설을 비롯해 한화엘엔씨 등 법인들은 각각 출자를 통해 새누리상호저축은행의 자본확충을 도왔다. 새누리상호저축은행은 김승연 회장의 친누나인 김영혜 씨가 경영하던 제일화재의 적자 자회사였다.
  
한화그룹 인수 후 2008년에만 제일화재가 180억원, 한화그룹이 6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단행했으며, 이듬해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매년 850억원, 650억원, 300억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했다. 2011년에는 새누리상호저축은행에서 한화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바꿨다. 이후 2021년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한화건설 등 계열사 4곳이 한화글로벌에셋에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현재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금융지원에도 실적 '미미'…위치 이동 불가피
 
2014년 250억원의 유상증자 이후 한화저축은행이 그룹사에서 받은 지원은 없다. 2014년부터는 본격적인 영업을 통해 흑자를 내면서 100% 자회사로서 연결기준 실적에 보탬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룹 입장에서 한화저축은행은 계륵 같은 존재다. 지난해 실적이 대폭 축소된 데다 인수 후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중위권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화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6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89억원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에 비해 나아져 5억원의 순익을 기록했으나, 문제는 건전성이다. 같은 기간 한화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85%다. 전년 동기 3.98%에서 2배 넘게 늘었다.
 
특히 타 자회사와의 실적 차도 크다. 한화그룹 대표 금융 자회사인 한화생명의 경우 업계 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당기순익은 8259억8100만원에 달한다.
 
모회사 사정도 좋지 않다. 한화솔루션은 2분기 107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화솔루션 실적이 악화된 상태에서 한화저축은행까지 품고 갈 가능성은 낮다. 한화 그룹 삼형제의 승계가 본격화되면서 실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사업 확장은 끊임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도 한화저축은행의 주인이 바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룹사 기조를 따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화그룹은 전략부문실에서 사업 전략 등을 구축해 M&A를 진행해왔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대표를 거쳤으며, 지금도 한화그룹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실적과 건전성 등 경영 지표가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매각 가능성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M&A 시장이 침체된 탓에 매각보다는 한화그룹 내에서 이동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화그룹 내에서 승계작업이 한창인 만큼 한화저축은행을 한화생명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건은 없다”라면서도 “매각과 한화생명 자회사 편입 등의 가능성은 모두 열려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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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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