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쌓이는 지방…휘청이는 건설사
실적 개선 부담 커져…올해 건설사 22곳 부도
입력 : 2024-09-11 16:14:59 수정 : 2024-09-11 16:14:59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 아파트값은 23주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지방에선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2개월 연속 늘며 1만6000가구를 넘어섰습니다. 분양 시장 기대감에 전반적으로 미분양 증가세는 다소 둔화하고 있지만, 경쟁력이 약한 지역에 분양한 아파트들은 공사를 마치고도 집주인을 찾지 못하며 건설사와 시행사의 자금 부담을 가중하고 있습니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7월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6038가구로, 전월 (1만4856가구)에 대비 8% 늘었습니다. 이는 2020년 10월(1만6084가구)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7월(9041가구) 이후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 가운데 수도권은 2900가구에 그쳤지만 지방은 1만3138가구로 한 달 사이에 1173가구가 늘었습니다. 특히 전남 지역은 악성 미분양이 전달에 비해 53.8% 늘어난 2502가구에 달했습니다. 이밖에 대구(1778가구), 경기(1757가구), 경남(1753가구), 제주(1369가구), 부산(1352가구), 경북(1239가구) 등도 악성 미분양 물량이 많았습니다.
 
지방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면서 지방에서 주택사업을 벌이는 중견 건설사들이 실적 개선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세계건설은 대구, 부산 등지 사업장에서 부진한 분양 성적의 여파로 전년 말 137억원이던 미수금이 올해 상반기 말 653억원으로 늘었습니다. 금호건설은 올해 분양 예정 물량 4672가구 가운데 80%가 지방 사업장인데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299억원으로 적자전환하며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죠. 
 
특히 지방 중소업체의 경우 미분양 여파와 신규 수주 가뭄으로 줄도산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큰데요. 광주·전남 중견 건설사 남광건설은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남양건설이, 연초에는 해광건설과 거송건설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대구 도심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시스)
 
종합 7곳·전문 15곳 부도…폐업 늘고 신규등록 줄어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부도난 건설업체는 종합건설사 7개, 전문건설사 15개 등 총 22개로 집계됐습니다. 건설사 폐업 역시 증가했는데요. 올해 1~7월 누적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는 2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8건 대비 35.3%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문건설사 폐업 신고도 1158건에서 1270건으로 늘었습니다. 반면 올해 1~7월 누적 종합건설사 신규 등록은 274건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624건 대비 56.1% 감소했습니다. 
 
지방에서 미분양 물량이 적체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 전국에서 2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라 리스크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9월 전국에서 총 31개 단지, 2만7804가구가 공급되며, 이 중 2만1289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입니다. 이는 전월(1만7643가구) 대비 20.7% 증가한 물량으로, 전년 동월(8799가구)과 비교해서는 약 2.4배에 달합니다.
 
수도권 일반분양 물량이 1만3166가구로 61.8%를 차지하고, 지방은 8123가구(38.2%) 규모입니다. 시도별로는 경기 9904가구(13곳·46.5%), 인천 2840가구(3곳·13.3%), 울산 1447가구(2곳·6.8%) 등의 순으로 많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9월 아파트 분양전망지수에 따르면 수도권 전망지수는 전달보다 13.6포인트나 오르면서 117.9를 기록한 반면 비수도권은 대부분의 지역이 100이하를 기록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90.9→81.0), 전남(73.3→64.3), 경북(93.8→86.7), 경남(93.8→86.7), 광주(70.6→66.7) 등이 하락했습니다.
 
장기 미분양 사태가 이어지며 정부는 지방 미분양 CR리츠 도입, 지방 준공 전 미분양 PF 보증 지원 확대, 준공 후 미분양에 대한 세 부담 경감 등을 제시했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악성 미분양 해소를 위해 기업구조조정 리츠 재도입을 결정했으나 개인이 봐도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해 안 사는 것"이라면서 "사업성을 갖춘 물량이 많지 않아 리츠 운영을 통해 기업이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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