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보릿고개'에 멀어지는 '지방 미분양' 해소
수도권 거래량 급증·지방 미분양 증가…양극화 심화
대출금리 민감도 큰 지방 부동산 시장 시름 깊어져
입력 : 2024-08-30 16:10:14 수정 : 2024-08-30 17:24:09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시장 침체로 가격 하락세를 이어왔던 지방 부동산 시장이 금융당국의 금리 개입으로 미분양 적체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은 상승 폭을 키워가면서 수도권 매매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지방 주택시장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9일까지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을 보면 서울의 아파트값은 2.67%, 수도권 전체로는 0.82%가 올랐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방은 같은 기간 1.26% 하락했습니다. 
 
수도권 아파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 1월 1만2083건, 2월 1만3671건, 3월 1만6184건, 4월 1만9507건, 5월 1만9842건, 6월 2만1888건 등으로 5개월 동안 약 1만건 늘었습니다. 특히 서울은 1월 2456건, 2월 2665건, 3월 3482건, 4월 4840건, 5월 5182건, 6월 6150건 등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매매된 아파트 가운데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매월 고공행진 중인데요. 실제 수도권 거래 비율을 보면 지난 1월 37.6%, 2월 41.0%, 3월 40.2%, 4월 44.2%, 5월 45.8%, 6월 50.5%를 기록했습니다. 수도권 매매 건수가 지방 매매 건수를 앞서기는 2021년 2월(50.4%) 이후 처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의 물량 공급이 늘어나며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9월에는 지난해와 비교해 2배 이상 많은 분양 물량이 예고되고 있는데요.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2만1289가구가 일반 분양될 예정입니다. 이는 전월(1만7643가구) 대비 20.7% 증가한 물량으로, 전년 동월(8799가구)과 비교해서는 약 2.4배에 달하는 물량입니다. 수도권에서는 1만3166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고, 지방 물량은 8123가구로 38.2%입니다.
 
(자료=국토교통부)
대구 도심의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쌓여가는 지방 악성 미분양…대출 고삐에 양극화 심화 우려
 
공급은 늘었지만 지방 주택 시장은 미분양 적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7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1만6038가구로, 전월보다 8.0%(1182가구) 늘었습니다. 2020년 10월(1만6084가구)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은 1만3138가구로 전체의 81.9%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전남의 미분양 물량은 2502가구로 전월(1627가구)보다 53.8% 증가했습니다. 대구(1778가구), 경기(1757가구), 경남(1753가구), 제주(1369가구), 부산(1352가구), 경북(1239가구) 등도 악성 미분양 물량이 많았습니다.
 
대출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큰 지방에서는 최근 금융당국의 금리 개입으로 매수 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중되고 있습니다. 9월 대출 한부터 대출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을 예고하며 수도권은 1.2%포인트, 비수도권은 0.7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되는 것입니다. 대출에 고삐를 죄며 안 그래도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지방에서 미분양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예상입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를)차등한다는 것뿐이지 지방에는 적용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금리 가산으로 지방 미분양을 증가시킬 수 있는 이슈"라고 설명했습니다. 
 
9월 출시 예정인 미분양 기업 구조조정 리츠(CR리츠) 역시 지방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인데요. 금리가 높고 임대 수요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을 보장하기 힘들기 때문에 우량 사업지에서만 수요와 공급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죠.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는 리츠가 수익률을 달성하기 쉽지 않고, 임대료나 의무 임대 등 강화된 규제로 투자 매력이 없어 미분양을 해소하는 제도로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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