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미스터리)③헌재마저 각하…범야 192명에 달린 운명
2017·2023년 두 차례 각하…미군정 57호, '주권적 행위' 판단
입력 : 2024-10-03 06:00:00 수정 : 2024-10-03 06:00:00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석기 외교통일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한동인·유지웅 기자] 미군정 57호 피해자들은 최근까지도 사유재산 강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헌법소원을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2017년 5월과 2023년 8월 헌법재판소는 이들의 요구를 '각하'했는데요. 피해자가 최대 10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특별법 등 국회 차원의 적극적 입법 행위가 없으면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방법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입니다.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총 192명에 이르는 범야권 의원들이 선제적으로 입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헌재 각하에도…과거사위 "피해회복 조치 취해야"
 
헌재는 2017년에는 미군정 57호 조문에 대한 평가를, 2023년에는 국제관습법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에 대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헌재는 미군정 57호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 위헌이자, 미국이 한국의 재산권을 침해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피해자들의 주장에 대해 "미군정의 법령 제정은 일본은행권을 기초로 한 구 화폐질서를 폐지하고 새로운 화폐질서를 형성한다는 목적으로 행한 고도의 공권적 행위로, 국제관습법상 재판권이 면제되는 주권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근거로 피해자들은 다시 국제관습법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헌재는 "청구 내용은 국제관습법 자체의 위헌이지만 사실상의 내용이 사실관계 인정이나 평가에 대한 것"이라며 기각했습니다. 헌법 소원 청구 내용을 문제 삼은 겁니다.
 
헌재가 미군정 57호와 관련해서는 '주권적 행위'라며 위헌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미군정 2호에 대해서는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미군정 2호는 '태평양미국육군최고지휘관의 권한 하에 이뤄진 발한 포고, 명령, 지시를 위반한 자와 공중치안 및 질서를 교란한 자를 점령군규율회의를 통해 유죄로 결정한 후 사형 또는 다른 형벌을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2021년 법원은 포고령 2호의 내용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라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돼 위헌 및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법률 적용이 잘못된 확정판결에 대해선 국가가 형소소송법에 정한 바에 따라 피해회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왼쪽부터 민주당의 이용선·전재수·윤준병 의원. (사진=국회 홈페이지)
 
정치권, 보상안 마련 '공감'…조사기구 출범·입법화 약속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미군정 57호에 대해 문의한 결과, 대다수는 이 법령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미군정 57호에 따른 피해 상황에 대해선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는데요. 대체로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정치권에선 미군정 57호에 따른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일단 과거사 조사기구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용선 민주당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과거사들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어서 뭔가 대응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의원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등과 관련한 조사기구가 2015년에 시효가 끝나서 해체됐다"며 "지금 과거사와 관련된 부서는 행정안전부의 과장급 부서로 남아있는데 여기에선 제대로 일할 역량이 안 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별도로 다시 (과거사 조사) 위원회를 재건해서 한 10년 정도 활동 기한을 정해 조사기구를 띄우기 위한 법안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일제강점하 민간청구권 실태조사에 관한 특별법안'(대표발의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이 발의된 바 있는데요. 당시 이 전 의원은 일제강점기 때 보상받지 못한 민간재산청구권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법안의 입법화를 추진했습니다. 당시 법안에 이름을 올렸던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이번 국회에서도 신경 써서 챙길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미군정 57호에 따른 피해 실태를 듣고 "아직은 구체적으로 하는 게 없다"면서도 "관련 내용은 이후에 의원들 간에 교감을 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박주용·한동인·유지웅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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