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된 '과밀화 교도소'…교정과 인권 균형은?
전국 교정시설 55곳 중 48곳서 정원 초과…수용률 124.5%
헌재·대법 "범죄자라도 인간 존엄·가치 침해 당해선 안 돼"
예산문제·님비현상으로 인한 '교정시설 부지 확보' 어려움
수형자 '처우 개선'에 부정적인 '국민 법감정'도 고려해야
입력 : 2024-10-07 14:26:17 수정 : 2024-10-07 14:26:17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교도소와 구치소가 포화상태라고 합니다. 교도소는 징역형 등이 확정된 기결수가 수용되는 곳입니다. 구치소는 미결수가 수용되는 공간입니다. 지난 6일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전국 교정시설 55곳 중 48곳이 정원을 초과해 124.5%의 수용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정시설의 수용 정원은 5만192명인데 실제 수용자 수는 6만2514명이라고 합니다. 
 
서울동부구치소 전경.(사진=뉴스토마토)
 
세계적으로도 수감자가 늘어나면서 수감자들 사이의 폭력 사태도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법무부 장관에게 과밀 수용 문제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습니다.
 
2016년 12월29일 헌법재판소는 과밀한 교정시설에 수형자를 수용한 행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해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사람을 국가 행위의 단순한 객체로 취급하거나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형벌의 부과를 금지하고, 인간 생존의 기본조건이 박탈된 시설에 사람을 수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수형자에 대해선 기본권을 제한하는 게 불가피하지만, 국가는 어떠한 경우에도 수형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수용된 기간 중 2일 16시간 동안에는 1.06㎡, 6일 5시간 동안에는 1.27㎡만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요. 성인 남성의 평균 신장인 사람이 팔다리를 마음껏 뻗기 어렵고,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할 정도로 매우 협소한 공간입니다. 헌재는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 면적이 수형자의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이는 그 자체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형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022년에는 대법원이 교정시설의 과밀 수용 행위를 이유로 수형자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도 있었는데요. 1심에서도 수용자들이 다소 좁은 공간에 과밀 수용됐던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국가가 임의로 수용자 수를 조절할 수 없고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점, 수용자들은 전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통해 의식주를 해결하므로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내할 수밖에 없는 점 등 여러 이유로 국가가 객관적 정당성 없이 수용자들을 과밀 수용함으로써 기본적 인권을 수인 한도를 넘을 정도로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수용자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심은 1인당 수용 면적이 최소한 2㎡ 이상은 돼야 하는데, 수용자들이 과밀 수용 기간에 인간으로서의 기본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조차 확보되지 못한 채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봤습니다. 이러한 과밀 수용 행위가 수용자들의 수인 한도를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공권력의 행사로서 객관적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다만 국가가 교정 환경 개선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한 점을 고려해 1심판결을 깨고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범위를 제한하는 판결을 했습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을 긍정하면서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헌재나 대법원이 인정하는 바와 같이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국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할 수는 없는데요. 과밀 수용 문제는 수형자의 인권과도 연관이 있지만 교정교화를 위한 환경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조는 이 법의 목적을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고, 수용자의 처우와 권리 및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교정의 최종 목적이 수형자의 재사회화에 있는 겁니다.
 
하지만 과밀 수용은 교정시설의 시설관리 및 질서유지를 전반적으로 어렵게 함으로써 수형자 사이의 갈등 상황이 조성되는 등 교정 역량 자체가 저하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재범률이 증가하고 결국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법무부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나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현상으로 인한 부지 선정 등의 곤란, 긴 사업 기간 등 현실적인 한계로 과밀 수용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국민 중에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아 시설 확충에 어려움을 더하는데요.
 
가석방의 적극적인 운영을 통해 개선하는 방법도 있지만 국민 법감정상 적극적 운영이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가석방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전제는 재범의 위험성을 낮추는 확실한 교화와 지금보다 더 강력한 보호관찰의 병행일 텐데요. 지금이라도 이러한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사회의 안전을 위해서는 수형자의 재사회화가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그 근간이 되는 범죄자 인권의 보호 범위를 정하고, 형벌을 집행하면서도 교화를 통해 재사회화시키는 균형감 있는 교정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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