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에 불 질러 3명 사망…노후 숙박시설 '방치' 도마
21일 청주 여관서 방화사고 발생…노후 건축물이 화재 키워
경찰, 화재 일으킨 A씨에게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 적용
취약계층 주로 이용하는 노후숙박시설 '안전기준' 마련해야
입력 : 2024-09-23 14:12:26 수정 : 2024-09-23 14:12:26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지난 21일 새벽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한 여관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투숙객 3명이나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불을 붙이려 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방화로 추정하고 폐쇄회로TV(CCTV) 등을 분석한 끝에 A씨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주동의 한 여관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새벽 이곳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투숙객 3명이 숨졌다.(사진=뉴시스)
 
사건이 일어난 여관은 오래된 건물이어서 스프링클러가 없었는데요. 여관 1층 출입문 부근 단열재 더미에서 시작된 불이 목재 천장을 따라 순식간에 2층까지 번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바로 옆 주택은 여관 입구에 있는 나무가 맞닿아있고 여관 뒤편 상가엔 액화석유가스(LPG) 2통이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재에 취약하고, 폭발력이 있는 것들이 많아서 자칫 당일 현장에서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더 큰 화재로 번질 위험이 있었던 겁니다.
 
이번 일은 앞서 지난달 22일 큰 피해를 낸 경기도 부천시 호텔 화재 사건과 유사합니다. 불을 초기에 진압할 소방시설이 전혀 없었던 점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데요. 노후 숙박시설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또 드러난 겁니다.
 
경찰이 체포한 A씨는 해당 여관에서 장기 투숙했던 사람으로 알려졌는데요. 투숙비 문제로 여관 주인과 다툰 후 퇴실을 요구받았다고 합니다. 경찰은 A씨가 퇴거당한 것에 불만을 품고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를 신청했습니다.
 
형법은 고의로 불을 내는 방화뿐만 아니라 과실로 불을 낸 사람도 처벌하도록 규정하는데요.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공공의 안전이 크게 침해된다고 보는 겁니다. 특히 건조물, 기차, 전차,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지하 채굴시설(이하 ‘건조물 등’)에 대한 방화는 일반물건에 대한 방화보다 무겁게 처벌하는데요. 건조물 등이 아닌 일반물건을 불에 태우는 경우에도 공공의 위험이 발생하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일반물건을 소각할 일이 있으면 불이 확산할 염려가 없는 곳에서 안전한 방법으로 소각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과 같이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현존하는 건조물 등을 현주건조물 등이라고 하는데요. 현주건조물 등에 방화하는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형법 제164조 제1항). 현주건조물 등에 방화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됩니다(형법 제164조 제2항).
 
과실로 불을 내면 형법상 실화죄로 처벌받게 되는데요(형법 제170조). 본인 소유의 일반건조물 등에 실수로 불을 냈지만 공공의 위험이 발생하지는 않은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처벌받게 됩니다. 업무상과실이나 중대한 과실로 실화죄를 범하게 되면 가중 처벌되므로 화기를 다루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더 높은 주의가 요구됩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A씨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에 해당하므로 혐의가 인정된다면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생명을 잃은 피해자의 피해는 회복할 방법이 없습니다. 모든 사고가 위험성이 있지만 화재는 점점 번지는 특성이 있어 대형 화재로 발전할 가능성이 항상 있는데요. 이런 특성 때문에 공공의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어 예방이나 초기 진화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취약계층이 더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노후 숙박시설일수록 화재를 초기에 진화할 수 있는 소방시설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반복되는 노후 숙박시설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노후 숙박시설에 대한 점검 및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최소한의 소방시설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할 때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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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승 법률전문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