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관리, 예정된 비극…부천 호텔 화재
입력 : 2024-08-26 15:48:00 수정 : 2024-08-26 15:48:00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지난 22일 경기도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습니다. 사망자 중 2명은 현장에 출동한 소방서가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는데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사고 이튿날인 23일 합동 감식을 벌였는데요. 화재가 객실 810호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최초 발생했다고 판단,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가운데 에어컨에서 불똥이 떨어지고 소파와 침대에 옮겨 붙어 침대 매트리스가 순식간에 타면서 화재가 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국과수와 경찰, 소방 등 관계자들이 23일 오전 화재로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 호텔에서 최초로 불이 난 곳으로 확인된 객실 현장 감식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번 화재가 큰 피해를 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지적되고 있는데요. 화재가 발생한 초기에 불길을 잡아주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점도 한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한국방재학회의 과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트리스에 불이 붙는 경우 TV보다 490배, 나무 재질 책상보다 230배, 서랍장보다도 9배나 빠르게 불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숙박업소의 매트리스는 방염 성능을 갖춘 것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0조에서는 숙박시설을 방염 성능 기준 이상의 실내 장식물을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로 정하고 있는데요. 침대 매트리스는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불이 커지는 속도로 인한 위험성에 비해 규정이 미비한 겁니다.
 
화재가 난 호텔은 2003년에 준공돼 스프링클러까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는 숙박시설의 바닥면적 합계가 600㎡ 이상이면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고, 그 이하라도 간이 스프링클러 설비는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호텔이 준공되던 시점에는 해당 규정이 없었고, 소급 적용되지도 않은 겁니다.
 
매트리스를 태우며 빠르게 커진 불은 스프링클러도 없어 초기에 진화되지 못하고 많은 연기를 내뿜었을 텐데요. 유독가스가 열린 방문을 통해 1분23초 만에 호텔 7층 복도를 가득 채우는 바람에 피해자들의 대피가 어려워졌습니다. 현재 노유자 시설이나 의료시설에만 강화된 소방시설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데요. 노후 숙박업소일수록 전기 설비 등도 노후화되므로 화재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전히 많은 투숙객이 이용하는 만큼 강화된 소방시설 기준을 소급 적용하는 등 안전대책이 강화돼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피해자 가운데 2명은 에어매트로 뛰어내려 대피하다가 사망했는데요. 에어매트는 어느 정도 안전성이 보장된 최후의 대피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충격이 컸습니다. 이번에 설치된 에어매트는 10층 높이에서도 뛰어내릴 수 있도록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자체 무게만 126㎏에 이르는 에어매트가 어떻게 뒤집힌 것인지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소방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피해자가 가장자리로 떨어지면서 매트가 뒤집히고 곧이어 뛰어내린 남성은 맨바닥으로 떨어지면서 2명 모두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는데요. 에어매트의 관리와 설치가 제대로 됐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소방 당국은 에어매트가 정상적으로 설치됐으나 설치된 바닥에 약간의 경사가 있다는 점을 말하면서 에어매트가 뒤집힌 원인에 대해 전문가에게 자문받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에어매트는 소방용품의 품질관리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성능인증의 대상이 되는 소방용품입니다. 품질관리부터 문제는 없었는지 철저히 책임 소재를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만약 소방 당국의 관리 소홀이나 설치 실수 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것이라면 유가족들은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화재 현장에 고가 사다리차도 출동했지만 도로 폭이 좁고 주차된 차량이 많아 진입과 운용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실제로 주차공간이 부족한 아파트 단지 등에서는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를 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 좁은 길이나 단지에 소방차의 진입을 막는 주차나 시설에 대한 강력한 조치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이번 화재는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안전에 대한 무관심이 모여 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습니다. 화재는 초기 진화가 매우 중요하고 진화에 실패한다면 소방력이 도착할 때까지 화재의 확산을 최대한 지연시켜야 합니다. 따라서 초기에 불이 번지는 것을 방지하는 시설의 설치를 점차 확대하고 소방력이 빠르게 현장에 접근해서 모든 장비를 동원해 안전한 진화와 구조활동에 나설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합니다.
 
최근 화재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커지는 만큼 관련 부처에서는 국민들이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키울 수 있도록 소방시설에 관한 법제를 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소방 당국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제 초기 진화와 대피에 사용되는 소방용품 사용에 대한 매뉴얼을 적극적으로 배포하고 교육하는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방염 매트리스와 스프링클러 중 하나만 있었다면 적어도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아니었는지 돌아보고 철저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길 기대해 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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