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취지 무색케하는 씁쓸한 '현실'
신촌·회기·신림 등 대학가 "조건 부합 물량 거의 없어"
속상한 학부모 LH에 항의하며 다투기도
입력 : 2012-01-19 14:12:54 수정 : 2012-01-19 17:28:11


[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학생을 위해 마련한 전세임대주택의 경쟁률이 2.45대 1을 기록했다. 오는 20일 입주대상자 발표를 앞두고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대학생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지만 정작 해당되는 전세 물량은 손에 꼽히는 실정이다.
 
대상자에 선정돼 해당되는 물량을 구할 수 있다면 대학가 주변 민간주택이나 기숙사보다 훨씬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지만 문제는 조건에 부합하는 전세 물량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19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인근 신림 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자녀의 전세임대주택을 알아보던 학부모가 적정한 물량이 없다는 설명에 LH직원에 항의하며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은 대학생이 전세주택을 구해오면 LH가 7000만원 한도로 보증금을 대신 주는 형태다. 1순위 대상자가 전세금 7000만원 주택을 임차한 경우 학생은 임대보증금 100만원에 월 임대료 11만5570원만 부담하면 된다.
 
대상은 전용면적 40㎡ 이하이면서 부채비율이 80%를 넘지 않는 주택이어야 한다.
 
◇신촌, 신림, 회기 등 부동산 시장 반응 '냉랭'
 
대학교가 밀집한 신촌에 위치한 D 공인중개소 대표는 "각종 서류를 집주인과 부동산에서 확인해야 하는데 집주인이 특히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것을 불편해한다"고 설명했다.
 
전세 물량에 대해서는 "5000~7000만원 선에서 대학생들이 살만한 물량이 종종 나오지만 1~2건씩 나오고 나오는대로 바로 빠진다(계약된다)"며 "이것도 1~2월이라 그나마 전세 물량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적정 물건인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까다롭다며 피하는 주인들이 많아 거래가 성사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신촌의 또 다른 T 공인중개소 대표는 "건물 자체가 주택용이어야 하지만 다른 용도로 지어진 건물들이 많아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자료 확인을 하는 데 있어 주인들의 협조가 따르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확정만 된다면 좋겠지만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학가인 신림 지역도 역시 비슷하다.
 
서울대학교 인근의 G 공인중개소에서는 전날 자녀의 전세임대주택 물건을 알아보기 위해 이곳을 들른 학부모가 "해당되는 물건이 없다"는 말에 LH 직원과 다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공인중개소 대표는 "똑같은 가격 조건의 전세라 하더라도 LH의 전세임대주택에 대해서는 계약 성사가 어렵다"며 "특히 수많은 세대에 임대를 주는 건물주인은 자신의 임대차나 융자 관계를 LH에 알리는 것을 꺼린다"고 설명했다.
 
전세 물량 자체도 부족하지만 LH의 조건에 부합하는 물량은 더더욱 없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의 수첩에는 이미 전세 문의를 한 대학생들의 연락처가 15개나 리스트업돼 있다.
 
신림의 또다른 H부동산 대표는 "싸든 비싸든 전세 자체가 별로 없다"며 "보증금 2~3000만원에 월세 30~40만원 물량은 많다"고 말했다.
 
대학가 주변 집주인들은 대개의 경우 전세보다는 월 소득이 되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대학가에서는 전용면적 19㎡(약 6평) 정도의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관리비 5만원)의 물건이 주인들에게 인기다.
 
대학교가 밀집된 회기 일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인근 L 공인중개소 대표는 "학생들의 문의가 많은데 조건에 부합하는 물건이 부족하다"며 "특히 학생들이 많이 찾는 원룸들이 일부 등기부등본상 근린생활시설로 돼 있는데 주택용으로 지어진 건물이어야하기때문에 그나마 2~3건 나온 전세 매물도 조건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학생들이 높은 등록금과 비싼 주거비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취지는 좋지만 홍보하는 데 기간이 짧았고 해당 물량이 적은만큼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은 장단점이 공존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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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