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금융수장들 왜 이러는 걸까요?..불편한 '외도'
입력 : 2012-04-02 17:48:56 수정 : 2012-04-02 17:54:36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은 지난 30일 제주, 광주에 이어 대전, 청주, 음성 등 6개 지역 현장을 방문했다.
 
오는 11일 총선을 앞둔 정치인, 그것도 선대위원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행보는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요즘 박 위원장만큼은 아니지만 금융당국 수장들의 행보도 만만치 않게 바쁘다.
 
김석동 위원장은 최근 1박2일 동안 대전, 광주, 창원, 대구, 원주를 방문하는 빈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대선 주자의 정치 행보에 견줄만큼 빡빡한 일정을 짠 김 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장 방문을 위해 종횡무진했다.
 
지난해에는 중소기업 현장, 올해는 서민금융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서민들은 당국의 제도와 지원책에 대해 '(홍보·지원 모두) 부족하다'"홍보가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지난해에도 나왔던 얘기다.
 
서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2년 연속 대선 주자를 방불케하는 일정으로 현장을 누비고 다녔지만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음을 반증한 것이다.
 
금융당국 수장의 잦은 출타는 금융위만이 아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9일 서민금융상담, 2일 금융회사 창구 직원과의 간담회 등 외부 행사에 연달아 참석하며 얼굴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권 원장 역시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나 권 원장의 이런 행보에 대해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외부 행사에 치중하기 전에 내부 인사부터 시행하라"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이 한 두 시간 얼굴 내비치며 서민들의 금융 민원을 상담하고 금융회사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조직의 안정이라는 것.
 
현재 금감원은 올해 정기 인사를 앞두고 임원급에 대한 하마평만 무성한 채 1분기가 끝나도록 인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미 임원 인사를 위한 총리실 보고가 끝났으며 지난달 28일부터 10개 팀장직 공모에 돌입, 곧 인사가 마무리 될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한 쪽에서는 5월 인사설도 떠돌고 있어 직원들은 윗선의 눈치만 보고 있다.
 
상사가 어떻게 바뀔지, 자신이 어느 부서로 이동할지 좀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했던가.
 
진정 서민을 위해 일하고 싶다면 보여주기 식 외부 행사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집안(금융당국) 조직을 먼저 안정시켜야 금융민원은 물론 제대로 된 금융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외부 행보에만 관심을 보이는 금융수장들의 '외도'는 다른 숨은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만 부추길 뿐 안팎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임을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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