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점입가경 삼성家 소송전, 어디로?
입력 : 2012-04-24 20:23:13 수정 : 2012-04-25 08:48:41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앵커: 고 이병철 회장의 유산을 놓고 벌이는 삼성가 형제들 간 다툼이 점입가경입니다. 감정 섞인 발언들까지 오가면서 여론의 차가운 눈초리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취재기자 통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기성 기자 자리했습니다.
 
김 기자, 먼저 이번 유산분쟁을 한번 되짚어보죠.
 
사상 초유의 유산분쟁, 금액만 1조원
 
기자: 네. 분쟁의 발단은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으로부터 촉발됐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맏형으로, 재계에선 그룹 후계자로 간택되지 못한 탓에 비운의 장남으로 불립니다. 그는 지난 1월 중순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유산 일부 반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금액이 무려 7100억원에 달합니다. 선대 회장이 물려준 삼성생명 차명주식에 대한 장남 몫을 주장한 것입니다. 그러자 차녀 숙희씨도 가세했습니다. 소송 금액은 1조원으로 늘었습니다.
 
나머지 형제들의 입장에 관심이 쏠렸는데요, 막내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만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을 뿐, 다들 이건희 회장 편에 섰습니다. 8명의 형제가 소송 대 비소송, 두 그룹으로 나눠진 셈입니다. 이명희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11%를 보유하고 있어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힘의 무게는 급격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순환출자로 연결된 삼성그룹 지배구조 핵심이기 때문에 삼성으로선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대목인 거죠.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양측 발언이 쏟아지면서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죠?
 
이건희 대 이맹희, 쏟아지는 감정발언
 
기자: 네. 그렇습니다. 포문은 이건희 회장이 열었습니다. 이 회장은 17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작심한 듯 관련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이 회장은 “그쪽이 소송하면 끝까지 고소해서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라고 갈 것”이라며 “한 푼도 내줄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재계 일각에서 제기된 타협 가능성을 일축한 것입니다. 이 회장은 또 “상대가 안 된다”며 “선대 회장 때 다 분재됐다. 그래서 각자 돈들을 갖고 있고, CJ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CJ그룹을 구체적으로 지목함으로써 분쟁 배경에 CJ가 있다는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소송 당사자인 이맹희 전 회장의 장남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이 회장은 “삼성이 너무 크다 보니 욕심을 내는 것”이라며 돈 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자 이맹희, 이숙희씨가 발끈했습니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화우는 23일 이맹희 전 회장의 육성이 담긴 파일을 내놨습니다. “나는 삼성가의 장자로서 삼성이 더욱 잘 되길 바랬다. 그런데 최근 건희가 어린애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을 듣고 몹시 당황했다. 건희는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왔고, 늘 자기욕심만 챙겨왔다. 한 푼도 안주겠다는, 그런 탐욕이 이 소송을 초래한 것이다. 최근에야 건희가 숨겨왔던 그 엄청난 차명재산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 증거가 아니겠나. 이게 헌법재판소까지 갈 일인가. 이 소송은 내 뜻이고, 내 의지다. 나는 삼성을 노리고 이런 소송을 하는 것이 아니다. 진실을 밝혀서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이 내 목적이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상이 그 내용입니다.
 
숙희씨도 입장을 내놨는데요, “자신의 형과 누나를 상대로 한 말로는 막말 수준”이라며 “발언을 듣고 정말 분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는 한 푼도 상속재산을 받은 사실이 없고, 문제가 된 차명주식의 존재도 몰라 차명주식 상속에 대해 일체 합의한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상속인들 간에 합의가 있었다는 허위 내용에 도장을 찍으라고 강요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이건희 회장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앵커: 오늘 이 회장의 추가 발언도 있었다죠?
 
기자: 날이 잔뜩 서 있었습니다. 형을 가리켜 “우리 집에서 이미 퇴출된 사람”이라고까지 했습니다. 형제간의 연은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이 회장은 “이맹희와 나를 일대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큰 오산”이라며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할 상대가 아니다. 내 얼굴도 똑바로 못 쳐다보던 양반”이라고 말했습니다. 듣던 기자들이 놀랄 정도의 수위였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입으로는 장손이다, 장남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누구도 장손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며 “그 사람이 제사에 나와서 제사 지낸 꼴을 못 봤다”고 했습니다. 이 회장은 누나 숙희씨를 향해서도 “결혼 전에는 아주 애녀였지만 결혼 이후 금성(현 LG)으로 시집가더니 같은 전자업 한다고 구박 받았다”며 “그러더니 우리집 와서 떼쓰고 보통 정신 가지고 떠드는 정도가 아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병철 회장의 평가도 밝혔는데요, “이 둘은 좀 다르다. 맹희는 완전히 내 자식 아니다고 내친 자식이고, 숙희는 이건 내 딸이 이럴 수 있나. 니가 그렇게 시집에서 삼성전자가 견제된다면 삼성 주식은 한 장도 줄 수 없다.” 때문에 이 회장은 “20년 전에 그것으로 끝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말 그대로 점입가경이군요. 유산을 놓고 벌이는 형제들 간의 싸움이 국민 눈에 좋게 비칠 리가 없는데요.
 
싸늘한 여론, 곤혹스러운 삼성
 
기자: 네. 그렇습니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삼성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오너의 말인지라 안절부절 못한 채 속수무책인 거죠. “작정하고 말씀하신 거라 말리지도 못하고 당황스럽다. 저쪽이 노리는 여론전에 휘말리는 것 같아 걱정이다”는 그룹 고위 관계자의 말에 곤혹감이 고스란히 묻어났습니다. 왜, 여론은 대개 강자와 약자의 대결에서 약자 편에 서지 않습니까.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죠. 절대강자, 특히 가진 자인 이건희 회장에 대한 여론이 결코 우호적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재계에서도 “맹희씨 측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데 여기에 이 회장이 말려든 것 같다. 파문이 확대될수록 잃는 쪽은 이 회장과 삼성”이라는 평가입니다.
 
앵커: 오늘 CJ가 예상치 못한 악재에 휘말렸다면서요?
 
기자: 네. 유산분쟁과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판도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일부 언론을 통해 경찰 문건이 공개됐는데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에게 한 번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향응을 수차례 제공했고, 심지어 술자리에 여성 연예인까지 배석시켰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당사자들은 관련 내용을 극구 부인했지만 한번 가해진 타격은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습니다. 그러자 CJ측이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이른바 삼성 배후설입니다. CJ 고위 관계자는 “왜 하필 지금이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근거가 없어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심증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점이 너무 절묘했을 뿐만 아니라 경찰을 움직일 힘은 삼성 밖에 없다는 추론에 도달한 결과로 보입니다.
 
어쨌든 결과론적으로 초점은 이재현 회장에게로 옮겨졌고, 여론전 양상을 띠고 있는 유산분쟁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됐습니다. 또 삼성 측의 이재현 회장 미행건도 덮어지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삼성은 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우리도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유산분쟁은 아직 법정까지 가지도 않았는데 형제들은 뿔뿔이 나뉘었고 삼성과 CJ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습니다. 과연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할지, 양측의 자제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입니다.
 
뉴스토마토 김기성 기자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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